기가지니 통한 감성대화 비율 30% 달해…최근 키워드는 ‘아파트’

임미숙 KT융합기술원 상무가 시사저널e, 시사저널,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이 25일 코엑스에서 개최한 'AI, 현재가 된 미래의 삶'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최형균 기자

사람들은 집안에 들여놓은 AI(인공지능) 스피커에 무슨 말을 할까? ‘노래 틀어줘’, ‘TV 켜줘’도 있겠지만 ‘사랑해’, ‘사랑해주세요’​, ‘잘자’, ‘나 우울해’를 이야기하는 사용자가 사실 더 많았다. KT 기가지니(GiGa Genie)의 경우 이와 같은 ‘감성대화’의 비율이 30%에 달했다. 


임미숙 KT 융합기술원 상무(AI서비스 담당)는 25일 시사저널e, 시사저널,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이 공동 주최한 ‘AI, 현재가 된 미래의 삶’ 컨퍼런스에서 이 같은 사례를 소개하면서 “사람들이 스피커에게 감성대화를 시도하는 빈도가 높더라”라며 “현대인들의 문화가 반영된 특징이라고 본다. ‘지니야, 오늘 어땠어? 난 힘들었어’ 같은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KT가 AI를 통해 목표 삼고 있는 지점은 단순한 기술진화가 아니다. 마음이다. 때마침 KT가 이 기술을 광고하는 데 쓰는 문구는 “KT의 기술은 마음을 향해간다”이다. 임 상무의 강조점도 일상에 있다. 우리네 일상이 벌어지는 공간은 당연히 ‘집’이다.

임 상무는 “(사실) KT는 음성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ARS 시스템을 이미 사용해왔었다. 또 1위 IPTV 사업자로 사용자 취향에 맞게 큐레이션(curation)하는 기술을 인공지능의 기본으로서 활용하고 있었다. 이를 집대성한 게 기가지니”라고 말했다. 그는 “집에서 오디오와 비디오가 결합돼 미디어 중심으로 인공지능을 풀어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불가피한 사정도 있다. 이미 기가지니 전에도 SKT ‘누구’, 아마존 ‘에코’ 같은 AI스피커가 시장에 나와 있었다.

이에 대해 임 상무는 “이미 기가지니가 나올 때가 타 업체의 제품들이 있었다. 단순한 스피커를 가지고 시장에 나가서는 차별성이 없다고 봤다”라면서 “이미 KT가 IPTV 가입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고 또 강력한 인터넷망도 있다. 따라서 집에서 셋톱박스로서 인공지능 스피커를 포지셔닝하는 게 맞다고 봤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KT가 구체적인 비즈니스 타깃으로 삼고 있는 키워드는 ‘아파트’다. 일단 부산 영도에 입주가 시작된 롯데캐슬이 눈길을 끈다.

임 상무는 “AI가 IoT(사물인터넷)과 붙으면 큰 시너지를 낸다 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IoT가 시장에 많이 설치돼 있지 않다. (그래서) 아파트에 있는 월패드(Wall-Pad, 거실벽면에 부착된 홈 네트워크 핵심기기) 기능을 TV에 집어넣으려 했다. 소파에 앉아 ‘지니야, 우리집 에너지 얼마나 썼어?’, ‘지니야, 엘리베이터 불러줘’ 등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표 중 호기심을 자아낸 건 AI스피커를 사용하는 세대가 확장됐다는 점이다. KT 조사결과 기가지니 스피커에서 재생된 음악들은 기존 스마트폰 재생음악과 사뭇 달랐다. 10대에서 30대에서 중년층 이상과 유아층 이상까지 범위가 확장됐기 때문이다.

임 상무는 “AI스피커가 집으로 들어가고 보니 중년층과 유아들의 존재 덕에 클래식과 동요가 많이 재생됐다. 기가지니 스피커에서는 이문세, 나훈아, 조용필 등의 가수 이름이 상위권 순위에 나온다. 집에서 TV를 쓰면서 기가지니 통해 AI스피커를 사용하는 패턴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끝으로 임 상무는 “인공지능의 미래는 혼자서는 갈 수 없다”면서 “KT도 AI 에코 크래프트 샵(Craft Shop)을 통해 오픈소스(open source)로 누구나 쉽게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개인개발자들에게 많이 개방하지 못했다. 9월말과 10월 정도에는 더 크게 개방할 예정이다”라고 갈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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