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실적이 전사실적 주도, 영화는 손실…향후 전망도 방송으로 쏠려

배우 육성재, 이동욱, 유인나, 김고은, 공유(왼쪽부터)가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서울 논현동 파티오나인에서 열린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뉴스1

CJ E&M은 내부에 방송, 영화, 음악, 공연 등 부문별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중 방송부문으로 완연히 힘의 균형추가 쏠려버린 모양새다. 방송부문 수익은 날로 늘어가는데, 투톱 역할을 해야 할 영화부문은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애초 CJ그룹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출발점이 영화였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얄궂은 일이다.

23일 관련업계와 증권가 말을 종합하면 CJ E&M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선스(실적전망 평균치)는 180억원 안팎 수준이다. 매출액은 4250억원~4300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CJ E&M은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233억원과 236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였다. 3분기 전망치가 상반기에 못 미치는 셈이다.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의 대부분은 방송부문 실적이 견인할 전망이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방송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을 3006억원과 156억원으로 추산했다. 이에 반해 영화 부문에서는 2억원의 영업손실 2억원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추세는 고착화된 모양새다. 상반기 CJ E&M의 방송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178억원과 440억원이다. 반면 영화부문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010억원과 3억 2600만원이었다. 음악부문은 945억원의 매출과 4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공연부문의 경우 매출 618억원, 영업손실 17억원을 나타냈다. 방송부문이 상반기 영업이익 469억원 중 대부분을 책임졌다는 뜻이다.

특히 영화부문의 거듭된 부진은 뼈아픈 대목이다. CJ E&M의 영화사업이 CJ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출발점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앞서 1995년, 세계적인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애니메이션 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 음반계 실력자 데이비드 게펜과 손잡고 드림웍스(Dream Works)를 설립했다.

같은 해 4월 28일, 국내 언론과 외신에 제일제당이 드림웍스에 3억 달러를 투자해 대주주가 됐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그 전까지 소비재 기업이던 CJ는 이 투자를 발판으로 본격적인 영화사업에 뛰어들었다. 멀티플렉스 사업과 방송사업은 그 후에야 본격적으로 규모를 키웠다.

실적은 앞으로도 방송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TV가 형태를 달리해 콘텐츠 수요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OTT(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가 인기지만 결국 그 안에 실리는 콘텐츠는 방송작품이다. 최근에는 팟캐스트에서 인기를 끈 김생민의 ‘영수증’이 지상파에서 다시 방영되는 ‘역수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또 2시간 안팎에 마무리되는 영화에 비해 방송은 시리즈나 시즌제 구성이 가능해 캐릭터 구축에도 효과적이다. 이 캐릭터를 다시 사업아이템으로 활용하는 데 용이하다는 얘기다.

때마침 CJ E&M의 자회사인 드라마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이 상장을 앞둔 점도 관심거리다. 한국거래소는 14일 코스닥시장 상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스튜디오드래곤·체리부로·비디아이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 매출 1781억원, 영업이익 174억원을 벌어들였다. 올해는 드라마 ‘도깨비’와 ‘터널’, ‘굿와이프’, ‘비밀의 숲’이 모두 호평 받으면서 성장세를 더 키웠다. 영화와 달리 방송부문에서 킬러콘텐츠가 주기적으로 나오는 형국이다.

한 문화산업계 관계자는 “로맨스‧멜로장르 영화가 이미 주도권을 드라마에 내준 게 오래인데, 이제는 스릴러, 액션도 드라마가 고품격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방송이 문화 트렌드를 주도하는 구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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