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전략’ vs ’성급하다’ 의견 나뉘어…트럼프발 ‘FTA 폐기 발언’ 진의도 해석 분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통상·에너지 소위원회에서 한·미FTA 추가 협상과 관련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1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2차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개최를 제안한 것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현 상황에서 너무 성급한 결정이라는 분석과 함께 협상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보여줘야한다는 입장이 양립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 공동위는 이미 양국이 맺은 협정문에 따라 한 측이 개최를 요구하면 열리게 된다. 지난달 22일 열린 1차 공동위는 한국과 미국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끝났다. 미국은 FTA로 인한 자국 무역적자 해소를 요구했고, 한국은 이에 대해 FTA 경제적 효과에 대한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공동위 제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측은 한·미 FTA를 둘러싼 이견을 협의 재개를 통해 조속히 해결하는 게 우선순위라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가 미국에 불리하다’며 폐기를 주장하는 가운데, 협상이 더 미뤄지면 한국이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 밖에 안 된다는 요지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한·미 FTA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현재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을 지연하면 미국 측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는 것 밖에 안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SNS(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사실확인도 안 된 사안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한·미 FTA 효과에 대한 양국 간 공동 조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김현종 본부장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해석된다”며 “FTA 효과를 밝히는건 기술적으로 굉장히 힘든 작업이다. 하지만 실제로 양국은 FTA에 대한 이익을 골고루 분배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2차 공동위 제안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한·미 FTA 폐지 또는 개정이라는 두 가지 양립안을 내세우는 것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향후 FTA 제도 방향성에 대한 내부적 합의도 우선시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부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는 미국과 협상을 밀어붙여도 끌려다니기만 할거란 분석이다.

송기호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폐기, USTR은 개정을 주장한다. 한 국가에서 두 가지 트랙으로 한국을 옥죄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이 FTA 폐기 카드를 쥐고있는 한 실체적 개정 협상은 성립되기 힘들다. 한국은 미국이 입장을 통일하기 전까지 개정 협상을 서둘러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FTA는 미국과의 문제만이 아니다. 한국은 국내 산업을 우선순위에 놓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며 “이런 상황일수록 새 정부는 FTA 에 대한 내부적 대안책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미국은 공청위, 의견제출 등을 통해 내부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도 이같은 노력은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의 FTA 폐기 주장 ‘비현실적’ vs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FTA 폐기 주장이 한·미 FTA 협상 테이블을 흔들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한·미 FTA 폐기는 두 국가 모두에 치명타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를 밀어붙인다면 한국은 다른 협상 카드를 들고 나올 수 밖에 없게된다.

FTA 폐기론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입장은 갈린다. 한·미 FTA 폐기는 절대 없을 거란 주장과 가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박종희 교수는 “미국은 한·미 FTA 폐기를 절대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 FTA를 폐기하면 미국은 당국과 경제적 관계를 맺고있는 모든 대외 국가에 똑같은 신호를 보내게 된다. 폐기는 미국에게 굉장히 극단적 카드다. 트럼프 대통령은 폐기 카드를 이용해 실속을 챙기려는 것 뿐”이라며 폐기론을 부정했다.

이에 대해 송기호 변호사는 “한·미 FTA 폐기가 미국의 단순한 협상 카드만은 아니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행적을 봤을 때 충분히 가능한 경우의 수”라며 “미국 전통 제조업 백인 근로자가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층에 대한 정치적 이해관계를 계속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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