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개월동안 직원과 만남 가진 날만 60일…경영환경악화속 1등 카드 지켜낼지 관심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다른 카드사 수장들과 달리 이제 막 취임 6개월째를 맞은 새내기다. 지난 3월 취임한 임 사장이 무엇보다 강조하는 말은 ‘소통의 경영’이다.

“곡선이 직선을 이기는 것처럼 고객을 대할 때, 협력사와 업무를 진행할 때, 동료와 함께 할 때 항상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 임 사장이 직원들에게 전파하는 ‘곡선의 미학’이다.

임 시장은 지난 3월 취임 첫 경영철학으로 ‘3CS’를 제시했다. 차별화된 창의(Creative), 혁신적인 변화(Change), 막힘없는 소통(Communication), 끊임없는 학습(Study) 등을 기반으로 고객과 직원만족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5가지 꿈(D.R.E.A.M.)’이라는 5대 경영방침도 함께 제시했다. 디지털, 글로벌, 리스크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한편, 신바람나는 조직문화 구축과 신한문화 계승을 통해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자는 취지다.

D.R.E.A.M은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글로벌 비즈니스와 신사업 육성(Reinforce Growth Engine), 시장과 환경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는 혜안(Eye of Wisdom), 직원과 조직이 함께 발전하고 행복할 수 있는 신한카드(Amazing Work Place), 신한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발전(Multiply Shinhan Way)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임 사장은 취임이후 전국 지점, 고객센터 등을 방문해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한편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간담회, 현장방문, 점심·저녁식사 등 공식·비공식적으로 직원과 소통한 날만 60일에 이른다는 후문이다.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6월에는 종각역 근처 한 호프집에서 직원 100명과 ‘호프 데이’를 갖고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임영진 사장, 디지털·글로벌·신사업에 역량 집중

임 사장은 취임 직후 조직 개편 작업에 돌입했다.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글로벌과 신성장 부문을 강화하고,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7월 그룹 차원 글로벌 겸직 조직인 ‘글로벌사업그룹’과 ‘글로벌기획실’을 신설했다. 또 그룹 및 자체 글로벌 사업 강화를 위해 ‘글로벌BU(Business Unit)’를 신설하고, 인도네시아 등 해외법인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글로벌영업추진팀’과 기존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던 ‘글로벌사업팀’을 산하에 뒀다.

할부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성장BU’를 신설하고 그 아래 리스, 렌털 영업을 담당하는 ‘리스렌탈팀’도 새로 만들었다. 빅데이터 부서는 빅데이터를 강화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현업 부서, 그룹사 비즈니스 수행 시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BD분석팀 ▲제휴사 영업을 지원하는 BD마케팅팀 ▲트렌드 예측, 상품 및 서비스 개발 지원 등을 담당하는 신한트렌드연구소 등으로 업무 영역을 명확히 했다.

신한카드는 이종산업과의 결합도 시도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4월 ‘신세계 신한카드’를 출시했다. 신세계 신한카드는 출시 1달 만에 10만장이 발급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임 사장은 LG유플러스, GS칼텍스와 함께 커넥티드 카 커머스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에 결제수단과 연동되는 디지털 아이디를 부여하고 이를 스마트폰 앱, 차량 내부 시스템과 연결해 주유, 주차, 픽업 서비스 등에 자동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신한카드는 결제 시스템을 담당한다. 하반기부터 서울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7월 온라인게임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와 함께 신용카드 ‘리니지M 신한카드’와 체크카드 ‘리니지M 신한카드 체크’를 출시하기도 했다.

임 사장은 디지털 인재 영입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상반기에만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사용자경험(UX) 등의 디지털 분야에 전문인력 10명을 채용한 임 사장은 하반기에 디지털 역량만을 평가하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기로 했다. 성별, 나이, 학교, 학점, 자격증 등 스펙을 배제한 채 디지털 역량만을 평가해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신한 디지털 패스’ 전형을 신설했다.

임 사장은 지난 7월 열린 ‘2017 하반기 사업전략회의’에서 “신한카드의 가장 중요한 시점은 바로 지금이며 기존 카드업에 갇힌 방식과 사업구조로 뒤처지는 ’카라파고스(카드+갈라파고스)’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1등 카드사라는 부담…급변하는 대외환경도 변수

신한카드는 위성호 전 신한카드사장(현 신한은행장)이 역임할 때부터 업계 1위로 순항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과열되는 카드사 경쟁 속에서 1등 카드사의 수장이 된 임 사장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외견상 호실적을 기록했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77.8% 증가한 6312억원을 기록했으며, 2분기 기준으로는 전년대비 10.68% 증가한 228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 기간 매출은 1조1609억원, 영업이익은 2976억원으로 각각 1.93%와 11.10% 늘었다.

그러나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해 상반기 신한카드는 일회성 이익을 대거 반영했다. 우선 비자카드 주식 매각 이익 800억원을 반영했다. 또 1분기에 충당금 산정방식을 변경하면서 대손충당금 3600억원이 환입돼 이중 세금을 뺀 2758억원이 순익으로 잡혔다. 이 같은 일회성 이익을 뺀다면 상반기 순익은 전년대비 22%가 감소한 2740억원에 그친다.

더 큰 문제는 지난 8월부터 영세가맹점 기준이 바뀌면서, 전체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 감소가 예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8월부터 수수료율 0.8%를 적용받는 영세가맹점 기준을 ‘연간 매출액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1.3%를 적용받는 중소가맹점 기준을 ‘연간 매출액 2억∼3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각각 확대했다. 이로 인해 카드사들은 연간 3500억원의 수수료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1위 신한카드의 경우 약 800억 원의 수수료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신한카드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해외 진출도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카드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신한인도파이낸스는 최근 큰 손실을 기록했다. 신한카드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신한인도파이낸스의 올 상반기(1~6월) 순손실은 29억4200만원으로 전년 동기 3500만원에 비해 84배 증가했다. 지난해 3월 설립한 미얀마 현지 법인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 역시 올 상반기 1억72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초기 투자 비용 등으로 인해 당장 해외 법인에서 수익이 나긴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손실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대외환경과 갈수록 심화되는 경쟁속에서 신한카드가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임 사장의 혁신이 얼마나 통할지 아직은 미지수다. 임 사장이 말했던 ‘카라파고스’를 어떻게 극복할 지가 향후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