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매출 산정시점 달라 손실 과대평가 가능성…국내 주택사업비중 큰 업체 타격 불가피

이미지= 조현경 디자이너
내년부터 새로운 수익인식 기준인 국제회계기준 IFRS15가 수익산업, 수주산업에 적용된다. 대표적 수주산업인 건설업종도 예외는 아니다. 매출인식 시점을 공급자가 생산한 물건을 구매자에게 인도했을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진행률을 기준으로 프로젝트 진행시점 별로 매출인식을 했던 건설업종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문제는 새 회계기준 도입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건설업계, 정부 모두 이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다. 새 회계기준이 건설업계에 미칠 영향과 대응방안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선분양주택의 계약조건이 표준계약서로 작성됐다.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영향에 대해 건설협회에서 (회계기준원 측에) 질의를 하기로 했다. 아직 질의서는 도착하지 않았다.” 회계기준원측의 21일 답변 내용이다. 지난 6월까지 개별 건설사들의 별도 질의가 전무했으나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해​ 건설협회가 직접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타 업종의 대응시기에 비해 상당히 늦은 상황이다. 앞서 보험업계는 2021년 도입이 예정된 국제보험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에 앞서 연초부터 “도입시기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건설업계는 새 회계기준 도입까지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야 건설협회를 통해 대응에 나서는 상황이다.

IFRS15는 수익산업 및 수주산업에 적용되는 새로운 회계기준이다. 영국 국제회계기준위원회(ISAB)가 만들고 내년부터 ISAB 회원국인 119개 국가(2016년 3월 기준)에 일괄적으로 적용된다. 국내 건설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선분양제에서 자체분양 사업상 수익인식 시점이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회계기준 및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중도금 납입 분을 매출로 인식한다. 다만 새로운 회계기준에서는 매출 인식 시점이 ‘공급자가 생산한 물품을 소비자에게 인도됐을 시점’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새로운 회계기준에서는 공사 중간에 납입되는 계약금, 중도금이 매출로 인식되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사 중간에 현금이 유입됐지만 소비자에게 상품이 인도되지 않았기에 매출로 인식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단순도급 공사의 경우 종전과 같이 진행률에 따라 매출인식이 이뤄진다. 

이를 통해 자체분양 사업을 진행하는 건설사의 매출액이 급감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원칙대로라면 새 회계기준 하에서 계약금, 중도금, 잔금 납입 이후 등기이전까지 완료된 이후에야 매출액이 잡히기 때문이다. 공사기간 중 기성납입에 따른 매출액이 잡히지 않기에, 공사원가 투입분에 따른 손실만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해외건설 부진으로 국내 주택시장에 열중했던 건설업계에게 큰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자체분양 사업비중이 얼마가 되든 건설업계가 입을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대형건설사는 사업포트폴리오 상 자체사업 비중 축소, 중견건설사는 자체사업 비중이 높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중도금이 전체 분양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는다. 새 회계기준에 따라 이를 건설사가 계약자로부터 지급청구권 등 계약 해지권을 갖기에 매출로 인식할 수 있단 의견, 원칙적으로 매출로 잡을 수 없단 의견이 나뉜다”며 “최악의 경우 2~3년 간 매출은 잡히지 않고 비용만 잡히면서 건설사 재무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협회의 뒤늦은 대응과 별개로 각 건설업체들은 이에 대한 준비에 여전히 미진한 상황이다. 상장 건설사인 A건설사가 4대 회계법인과 IFRS15 도입과 관련한 컨설팅을 진행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과 별개로 대다수 건설사들은 내부 검토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새 회계기준은 굉장히 복잡한 문제를 내포한다. 재무제표가 대폭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회계기준에 맞게 수정해야 하는 문제 등이 있다”며 “다만 시간이 넉달도 남지 않았다. 미국에서 IFRS15 도입에 따른 매출 증감폭 통계를 낸 것과 대조적이다”며 업계의 조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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