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곳 현장서 금품수수 혐의 직원들 무더기 적발…2011년 함바선정 투명성 강화 조치 '헛일'

이미지= 조현경 디자이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설현장 식당(속칭 함바) 비리'로 도마에 올랐다. 공공기관 발주 공사에서 함바 운영업체 선정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정부 업무지침이 무색해졌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H 지역본부 부장 A씨 등 간부 5명이 함바 식당 운영권을 매개로 브로커 B씨에게 금품 등의 향응을 받은 혐의로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3년말부터 지난 6월까지 경기·충북 등에서 LH가 발주 ·시행한 20여곳에 달하는 건설현장의 함바 운영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1500만원에서 5000만원 가량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A씨 등 간부 5명은 함바 식당 운영권을 B씨에게 주도록 시공사에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바 비리는 건설현장에서 시행사와 시공사의 ‘검은 돈’과 연계돼 종종 발생한다. 일례로 시공사, 시행사가 함바 운영업체 선정 과정에서 브로커에게 금품을 수수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시공사, 시행사를 통해 함바 운영업체로 선정되는 방식이다.

함바 비리는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된 전례가 있다. 함바 브로커 유상봉씨(71)는 건설현장의 함바 운영권을 매개로 막대한 금품을 수수해 지난 2015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이 과정에서 전직 경찰청장, 전 방위사업청장, 전 청와대 경찰팀장 등이 구속기소되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 퍼졌다.

한 건설현장의 소장은 “함바 비리는 민원해소 차원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서 민원이 발생할 경우 시공사와 시행사가 함바 운영권을 주면서 이를 무마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민원이 없는 나대지에 공사를 진행할 경우 친인척에게 이권을 몰아주기 위해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LH에 근무하는 간부급 임직원은 함바 운영권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연계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건설업계에서 나온다. LH는 지난 2012년부터 공공부문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공사물량을 발주하는 국내 최대 큰 손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주한 공사는 58조3000억원에 달한다. 

공사현장이 늘어나는 만큼 함바집도 늘어나게 된다.그럼에도 비리방지 지침을 무시한 탓에 함바 선정과정에서 비리가 들끓었다LH의 그동안 발주 금액 등을 감안할때 수사가 확대될 수록 비리 금액과 연루 직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LH의 이번 함바 비리는 이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지침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국토교통부(당시 국토해양부)는 지난 2011년 ‘책임감리 현장참여자 업무지침서’를 개정했다. 이에 따라 공공공사의 경우 책임감리원이 ‘가설시설물 설치계획서에 건설현장식당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현장식당 선정계획서를 제출받아 업체선정의 적정성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시공자로 하여금 발주청에 제출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함바 운영업체 선정과정에서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LH는 지난해부터 현장식당 운영계획서, 선정계획서를 받도록 내부지침을 적용한 바 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책임감리원은 설계업체 등 외부 업체가 담당한다. 이들은 인력 및 공기관리, 함바 운영업체 선정과정의 적정성 등을 점검한다”며 “다만 함바 계약은 개인 간 계약이라 책임감리원이 비리를 잡아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일례로 경쟁입찰로 함바 운영업체를 선정한다 해도 식자재 조달비용을 과도하게 높이는 등의 편법을 쓰면 공사현장의 관리자가 원하는 업체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과정을 책임감리원이 일일이 잡아내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LH 입장에서 특별히 입장을 발표할 사안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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