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 관련 입장 번복…식약처 유해성 검사는 아직 검토 단계

필립모리스사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가 사전 판매를 시작한 지난 5월27일 서울 종로구 아이코스 광화문점에서 직원이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 사진=뉴스1
# “아이코스에는 타르 함량이 아예 없다던데요? 아이코스 광고에서 그렇게 말하던데요. 그래서 일반 담배에서 (아이코스로) 옮겨탔어요. (아이코스는) 냄새가 안나서 좋기도 해요.”-분당에 거주하는 유아무개씨(60)# “유행이죠. (전자담배 잡는 시늉을 하며) 요즘 여의도 흡연거리에 나가면 모두 손 모양이 이렇게 달라졌어요. 제 주위도 건강을 생각해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는 추세에요. 저 같은 경우도 기존 피던 일반담배보다 더 건강한 느낌을 받아요.” -서울에 거주하는 조아무개씨(34)

아이코스(IQOS)와 글로(glo™) 등 궐련형 전자담배가 기존 담배보다 건강에 덜 유해하다는 인식이 흡연자 사이 급속도로 퍼졌다. 이에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며 ‘아이코스 대란’ 사태까지 일어났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시중으로 급속도록 확산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에 대해 일관성 없는 입장을 내놓으며 정책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복지부는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에 따라 과세 정도를 결정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나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는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을 올리는 내용의 개별소비세 일부개정법률안 의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달 22일 조세조정소위원회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인상하는 안을 통과시켰지만 다음날 열린 전체회의에서 무산된 바 있다. 조경태 기재위원장의 반대로 급제동이 걸린 탓이다.

이때까지만해도 복지부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 인상은 인체 유해 정도에 따라 결정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달 28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아이코스 유해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유해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세금을 부과하는건 타당하다”며 “객관적 유해성 자료를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개정법률안에 브레이크를 건 조경태 위원장도 지난 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능후 장관도 ‘유해성이 입증돼야 과세가 정당하다’고 했다. 이러한 간접세는 소득이 적은 국민들에게 더 큰 세금 부담으로 다가온다”며 “그만큼 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박 장관의 이같은 입장은 한 달도 안 돼 동전 뒤집듯 뒤집혔다. 박 장관이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체계는 인체유해성과 관련없다고 번복한 것이다.

박 장관은 지난 15일 하태경 바른정당 국회의원이 주최한 ‘문재인정부, 금연정책의 방향’ 토론회에 보낸 축사를 통해 “세계보건기구(WTO) 담배규제기본협약은 일부 유해물질이 적다고 해서 담배의 유해성이 줄어드는건 아니라고 명시한다”며 “찐 담배든, 전자담배든, 저타르 담배든 똑같이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기재부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을 검증할 수 없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기본 입장”이라며 “복지부가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다. 의학박사들도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에 대한) 조사는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8월 조세소위 결정대로 국회에서 (개정법률안이) 통과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뒷전으로 밀려난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검사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8월부터 아이코스의 유해성 검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한달이 지난 지금도 시작은 커녕 아직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검사에 대해) 아직 검토 중이다. 언제 시작하고 끝날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며 “지난 7월 기재부로부터 관련 정보는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까지 검사가 끝날 거란 기사도 나온 걸로 안다. 오보다”며 “검사를 바로 시행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검사를 시작하기 위한 시험법이 있지 않는 한 어렵다. 지난 3월 발표한 유해성 검사는 2년 정도 걸렸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궐련형 전자담배 과세체계와 인체유해성 사이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가운데, 해당 검사가 제대로 진척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검사 준비에 들어갔을지도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연구 기간 정도는 미리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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