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1200만 흥행에 ‘살기법’도 손익분기점 돌파 확실시…CJ E&M은 적자 전망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 CGV 영화관에서 관객들이 택시운전사 포스터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 사진=뉴스1

영화투자배급사 쇼박스의 3분기 영업이익이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다. 텐트폴(주력작) ‘택시운전사’가 1200만 이상의 관객을 불러 모으면서 막대한 수익을 안겨준 덕이다. 후속으로 내놓은 ‘살인자의 기억법’도 손익분기점 돌파가 확실시된다. 

 

상반기 최악의 부진을 떠올려보면 그야말로 ‘반전의 쇼박스’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반면 업계 맞수 CJ E&M은 연이은 흥행실패에 영화부문에서 또 적자가 예상된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택시운전사가 18일까지 1215만 7887명의 관객을 모았다. 개봉 50일에 가까워진 시기에도 박스오피스 6~7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화제다. 월요일이던 18일에도 전국에서 5000명 가까운 관객이 택시운전사를 관람했다. 최종 스코어는 1220만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최근 2년 간 개봉작 중 최대흥행작이다.

개봉 후 하루도 빠짐없이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 중인 살인자의 기억법은 같은 날까지 212만 192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220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르면 19일, 늦어도 20일에는 손익분기점 돌파가 확실시된다.

이 덕분에 두 영화를 투자배급한 쇼박스의 분기 영업이익은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대치 분기 실적이다. 택시운전사의 제작비는 150억원 안팎이다. 투자비율을 35%로 가정하면 쇼박스는 이 영화로만 110억원의 돈을 벌어들일 전망이다. 극장 티켓 수익 분 아니라 부가판권을 통해서도 20억원 이상의 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제에서다.

이에 따라 상반기 부진도 3분기 실적만으로 상쇄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쇼박스는 상반기에 15억 52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영화 특별시민의 부진이 특별히 뼈아팠다. 2분기에 중국서 개봉한 합작영화 ‘미호적이외’의 흥행실패도 악영향을 줬다. 이와 달리 2016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70억 5000만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이 13%를 넘어 높은 수익성도 보여줬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률도 12.1%였다. 1년 만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는 뜻이다.

다만 올해 상반기 부진이 워낙 도드라져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153억원)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변수는 당초 12월 개봉이 유력하다가 11월로 앞당겨진 영화 ‘꾼’이다. 이 영화에는 배우 현빈과 유지태가 주연으로 나선다. 희대의 사기꾼을 잡기 위해 뭉친 ‘사기꾼 잡는 사기꾼’이 이야기의 줄기다. 범죄오락 영화를 표방하고 있어 영화계 안팎의 기대감은 높다. 흥행에 성공하면 4분기 실적에 탄력을 줄 전망이다.

반면 쇼박스의 투자배급시장 최대맞수 CJ E&M은 3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CJ E&M은 2분기에 영화부문에서만 1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었다. 지난해 4분기 13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가 올해 1분기에 흑자전환한 후 다시 적자의 길에 들어선 모양새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 CJ E&M의 방송 부문이 매출액 3006억원, 영업이익 156억원으로 전사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면서 “영화부문은 ‘군함도’ 부진 등으로 영업손실 2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군함도는 화려하게 개봉했지만 최종 658만 관객에 그치면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텐트폴의 실패로 올해 연간 실적전선에도 비상등이 커진 형국이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정치사회적 호재까지 겹치면서 택시운전사가 바람을 탔다. 지난해 여름시장에서는 메이저 배급사들 간 성적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올해는 쇼박스가 완승을 거둔 것”이라면서 “결국 연말에 가면 지난해 수준의 수익성을 회복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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