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IoT 기술 접목된 '꿈의 아파트' 부산서 첫선…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서도 AI기술 내세워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소파와 혼연일체가 돼 있는 주말오후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볼 시간이 됐다. 채널을 돌리려는데 리모콘이 안보인다. 허공에 대고 “리모콘 좀 찾아줘”라고 말한다. 소파 틈 사이 쳐박혀 안보이던 리모콘에서 ‘띠리리’하는 멜로디가 들려 손쉽게 리모콘을 찾게 되고 채널을 돌린다.

낮잠을 청하려는데 환한 거실조명이 거슬린다. “불좀 꺼줘”라고 내뱉은 말에 “잠시만 기다리십시오”라는 대답과 함께 1초도 지나지않아 소등된다. TV는 진작 꺼놨고 대신 자장가를 틀어달라고 주문해서 집에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편안한 마음으로 숙면을 취한다.

이외에도 외출하기 전에 “엘리베이터 불러줘”라고 하면 잠시 후 집 안 월패드에는 엘레베이터가 도착했다는 팝업이 뜬다. “택배 도착했어?”라는 물음에는 “1층 보관함에 택배가 하나 배달돼있습니다”란 답변이 돌아온다. “로봇청소 시작”이라고 하면 로봇청소기가 등장해 청소를 시작하고, “집 상태 어때?”라고 물으면 TV 화면에 공기의 질과 에너지 사용량을 조회해 보여준다. 공기 질이 나쁘면 “공기청정기 켜줘”라고 말하면 된다.

먼 미래에나 일어날법한 일상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집주인과 대화를 나누며 앞서 소개한 모든 임무를 수행하는 똑똑한 인공지능 아파트는 이미 존재한다. 값비싼 서울 강남이나 운동장만한 크기의 100평대 집에서만 구현되는 것도 아니다. 롯데건설이 시공,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부산의 한 평범한 아파트에선 모든 주민이 이같은 일상을 누리고 있다. 국내 첫 인공지능 도입 단지다.

말귀를 알아듣는 아파트가 현실이 됐다. 아파트 시공사인 건설회사가 국내 이동통신사와 인공지능(AI) 서비스와 홈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된 국내 첫 인공지능 단지를 선보인 덕분이다. 이동통신사나 전자회사 등이 내놓은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스피커가 집주인의 음성을 인식하면, 이는 아파트 단지 중앙서버나 사물인터넷 연동 전자기기와 연동돼 엘리베이터가 작동하거나 로봇청소기가 돌아가거나 하는 원리다. 즉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플랫폼이 스마트홈 허브 역할을 한다. 이로써 인공지능 아파트는 주부를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주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도와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높여준다.

기존 스마트홈과의 가장 큰 차이로는 역시 음성인식 여부를 들 수 있다. 과거에는 월패드(인터폰과 같은 형태의 단말)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야만 작동했다. 예를들어 사물인터넷 기능이 탑재된 상품을 구입한 가정에 한해 이를테면 전력낭비 차원에서 플러그 뽑기나 가스밸브 잠그기 등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조절하는 수준이었다. 인공지능 아파트에선 이보다 한발 더 고차원적인 수준의 작업을 수행한다. 터치 사용자인터페이스(UI) 대신 음성인식만으로 모든 걸 제어하는 이른바 말이 통하는 아파트다.

주인의 말을 인식하는 것은 스피커다. 세계적인 e커머스 기업 아마존이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를 내놓은 이후 국내 이동통신사와 전자기기 제조사들도 인공지능 스피커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특히 이통사들이 올해를 기점으로 포화상태에 달한 기존 통신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 일제히 홈 사물인터넷 사업에 뛰어듬에 따라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도 급성장하는 추세다. 올해 출시된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NUGU)’, KT의 ‘기가지니’, LG전자의 ‘스마트씽큐허브’ 등이 대표적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입주민에게 편의를 제공하는데다 이름값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 이통사들과 손을 잡는 게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거주자 입장에선 주거만족도가 높으니 집값에 웃돈이 붙는 것은 당연지사다. 앞서 소개한 부산의 인공지능 아파트 전용 84㎡는 분양당시 평균분양가가 2억9940만원 수준이었는데, 현재 네이버 부동산 매물정보를 보면 1억 가량 웃돈이 붙은 3억9940만원에 매물이 올라와 있다. 집값이 분양가 대비 35% 가량 뛴 것이다.

건설사들은 이를 다양한 마케팅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강남 최고의 재건축 수주전이 펼쳐지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본동 반포주공1단지를 두고 입찰참가사인 GS건설과 현대건설도 첨단 아파트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업계 최초로 개발한 스마트폰 출입 시스템을 설치하고 아파트 단지내 막힘 없는 교통환경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외부 교통상황 알림지원 시스템과 출퇴근 시간 대 진출부별 출차 예상시간을 표시해 차량을 분산시킬 수 있다. GS건설도 인공지능 아파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카카오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생활정보 알림지원,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 홈비서 역할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기가지니를 비롯한 상당수 인공지능 스피커가 올해 출시된데다가, 아파트 건설과정에서 인공지능 수행을 위한 설비공사가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진 인공지능 아파트가 거의 없었다”라며 “인공지능 아파트의 서비스 범위는 앞으로 무궁무진해질 것이다. KT는 이번 시범단지 입주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스마트 아파트 사업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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