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디자인이나 공간의 규격에 꼭 맞는 가구를 사고 싶지만 기성 브랜드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인다면?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드는 ‘제작 가구’가 있기 때문이다.

라왕 합판과 스틸 프레임으로 제작한 테이블. 반달 모양 테이블을 따로 쓸 수도 있고 붙여서 원형 테이블로도 사용할 수 있다. 상판은 각각 호마이카 패널과 천연 오일로 마감했다. 65만원. / 사진=리빙센스 김준영

처음 제작 가구에 관심을 가졌던 건 오리지널 가구를 카피해보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면서였다. 아마 대부분의 여자들이 한 번쯤 구매해봤을지 모를 ‘짝퉁’ 루이비통 지갑이나 가방에 대한 욕망과 같은 맥락이다. 짝퉁을 가져본 사람은 안다. 몇 번 사용하고 나면 금세 질리고 마는 그 이상한 경험을. 가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리지널을 베껴 제작한 가구들은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처분하곤 했다.

 

숱한 경험을 통해 깨달은 ‘제작 가구 잘 만들기’의 필수 조건은 2가지다. 첫 번째는 기성 브랜드의 천편일률적인 가구로는 성에 차지 않고 원하는 디자인이 따로 있을 때 가구를 제작하는 것이다. 스케치를 하는 것도 방법이고, 디자인 시안을 여럿 뽑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두 번째는 공간에 꼭 맞는 가구를 원할 때다. 공간의 규격을 정확하게 재고 계산한 수치를 가지고 전문가를 찾아가 함께 가구를 짜보는 것. 동네 목공소에서도 만들 수 있지만 보다 세련되고 잘 빠진 가구를 설계할 수 있는 가구 디자이너를 찾는 것이 성공 확률이 높다.

 

이번에 직접 제작해본 가구는 ‘규격’보다는 ‘디자인’에 주력했다. 실내에도 식물을 들이고 싶었고, 쌓여가는 책을 알뜰히 수납하고도 싶었다. 그리고 네모난 테이블 말고 둥근 테이블을 갖고 싶었다. 오랜 서치 끝에 찾은 ‘원룸(oneroom.pe.kr)’이란 디자인 스튜디오에 의뢰, 제작했다. 이 밖에 상업 공간을 꾸미고 가구도 제작하는 길종상사, 씨오엠, 소목장세미 등도 있다. 합판, 철제, 유리, 아크릴 등 다양한 소재를 두루 사용해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원목을 주로 사용해 완성도 높은 가구를 제작하는 곳으로는 비플러스엠, 스탠다드에이, GHGM 등이 있다.​

오른쪽 라왕 합판과 줄무늬 에칭 유리로 제작한 오픈형 수납장. 에칭 유리란 표면을 깎아내 입체감을 준 유리를 말한다. 마감 칠은 스테인으로 했다. 책을 넉넉히 수납하고자 칸을 여러 개로 나누고 상단은 잡지 스탠드로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100만원대. 왼쪽 라왕 합판과 물푸레나무로 만든 화분 전용 스탠드. 스툴로도 활용 가능하다. 15만원. / 사진=리빙센스 김준영

 

원안나 씨는

홍보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한 덕분에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것들을 보고 느끼면서 기른 남다른 취향과 감각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식물을 중심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전향을 꾀했다. 가구, 빈티지와 컨템퍼러리 디자인 등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지며 기록한 일상을 인스타그램(@songs_from_the_woods)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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