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형태 근로종사자 사측 횡포에 '속수무책'…노조활동 보장할 법개정 요구 목소리 높아

보험업계에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에 대한 노동기본권 인정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생명보험 보험설계사들이 사측의 부당해고와 수수료 삭감 등 보험 설계사 약점을 이용한 횡포에 항의하고 있고, 심지어 설계사가 목숨까지 끊는 일이 일어나면서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의 노동조합 설립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보험업계 보험설계사 및 특수고용노동자 대표자들이 모여 '보험설계사 및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수고용노동자는 사용자와 근로계약이 아니라 위탁·도급계약을 맺고 일을 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보험설계사가 대표적이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다.

이 대표는 "회사에 한 축을 담당해왔던 노동자들을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고, 나 몰라라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국내 노동자 10명 중 1명이 특수고용노동자다. 하지만 헌법의 노동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완전한 사각지대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특수고용 딱지를 붙여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노동권을 부인한 것"이라며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해 회사를 위해 일한 분들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내몰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설계사 및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이용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도 이와 관련 대선 공약에서 '특수 고용직 노동 기본권 보장'을 약속한 바 있다. 이는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 보장을 골자로 한다.

특히 50만명에 달하는 보험설계사가 금융권에선 대표적인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에 해당한다. 최근 푸르덴셜생명보험 지점장인 양모씨가 회사의 부당해고에 항의해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으로 보험설계사에 대한 회사의 쉬운 해고가 논란이 됐다.

또 현대라이프생명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개인영업을 사실상 접고 영업점포를 폐쇄하기로 하면서 보험설계사들이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측에서 보험설계사가 받아야 할 수수료를 50%나 삭감, 이에 동의하지 않는 설계사들에 해촉(해고) 관련 문자를 보내면서 문제가 됐다.

손병인 현대라이프 설계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사가 일방적으로 점포폐쇄, 수수료 50% 삭감 등을 발표했지만 설계사에겐 어떤 논의도 요청하지 않았다"며 "지금도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피해에 대해선 어떤 대책도 마련하고 있지 않다. 설계사들은 사측에 대항할 힘이 없다"고 말했다.

오세중 보험인권권리연대 위원장은 "보험사에선 교육을 잘못 시킨 뒤 일어난 불완전 판매에 대한 모든 책임을 설계사에게 전가하는가 하면 부당하게 해고하는 일은 이미 만연해 있다"며 "사측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설계사들은 피해만 보고 있다. 어떤 주목도 받지 못한 채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보험설계사 피해와 고용 불안정, 불완전판매로 인한 고객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보험설계사의 합법적 노동조합 활동은 보장돼야 한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법 개정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직무대행은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에 대한 노동기본권 인정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모두 공감하는 것"이라며 "시간을 끌면 끌수록 특수고용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을 더욱 막기 힘들어진다. 이는 민생법안 중의 민생 법안이다. 정부와 국회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노동기본권 보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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