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카드고객 결제정보로 맞춤형 서비스 제공…AI·블록체인 기술개발에도 공들여

카드사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대중화되기 이전부터 빅데이터, AI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 최근에는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 그래픽=시사저널e
국내 각 산업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은 화두가 된지 오래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위해 산업 각 분야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른 분야보다 한발 앞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 온 곳이 있다. 바로 카드업계다.

카드사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대중화되기 이전부터 빅데이터, AI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 최근에는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특히 장기간의 고객 결제정보를 바탕으로 한 빅데이터는 카드사들이 갖고 있는 강점으로 꼽힌다. 고객 취향과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데다, 소비 분석을 통해 최신 유행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이미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 2015년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링크’를 서비스하고 있다. 링크는 회원의 소비패턴을 분석해 회원이 좋아하는 업종이나 회원이 있는 곳 주변에 있는 인기 가맹점을 예상해서 개인별 혜택을 주는 서비스다.

롯데카드는 온라인과 모바일 홈페이지 개편을 통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1:1 맞춤형 개인화 서비스를 전격 도입했다. 이를 통해 홈페이지에 새롭게 적용한 빅데이터 서비스 플랫폼 노크(Knock)는 전 회원이 방문한 가맹점과 이용일수, 금액 등을 분석해 개인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혜택과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센터를 설치한 신한카드의 경우, 별도의 할인쿠폰 없이 자동으로 할인해주는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 ‘샐리’와 고객의 카드사용 패턴을 빅데이터화시켜 고객 스스로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상품을 구성한 ‘코드나인’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카드사들의 빅데이터 활용은 고객 맞춤형 상품 제공 등 일반 서비스 수준에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를 공공기관에 제공하거나 민간영역으로 확대시켜 새로운 수익 창출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KB국민카드는 지난 5월 한국국토정보공사와 손잡고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 서비스’ 고도화 공동연구에 나섰다. KB국민카드 가맹점 정보와 서울시의 휴폐업 정보, 점포 이력 등의 데이터를 결합해 약 65만 개의 서울시 소상공인 상가업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서울지역 곳곳의 상가별 정보와 유동인구, 도로 단위 정보 등을 종합해 현재의 골목상권 재설계는 물론 매출지표 또한 시각화해 해당 정보를 지역 예비창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카드는 공공부문 빅데이터를 넘어 민간 컨설팅 시장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신한카드는 앞서 한국은행, 통계청 등 주요 공공기관과 협업해 빅데이터 분석 및 지원을 맡아온 바 있다. 현재는 소매유통업종을 중심으로 상권을 분석하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카드업계가 빅데이터 등 신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현재 카드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긍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가맹점과 중소가맹점 범위가 확대되면서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막강한 적수도 새롭게 등장했다. 새 먹거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래픽=시사저널e
정부도 카드업계의 신기술 도입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은 카드업계에 “4차산업혁명 등 급격한 금융환경 변화에 대처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융합(O2O), AI, 생체인식 기술 등을 활용한 신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카드사가 보유하고 있는 양질의 빅데이터 등으로 디지털 인프라를 적극 확대해 지급결제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달라”며 “금감원도 규제의 틀을 합리적으로 정비해 업계의 자율성을 증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빅데이터 뿐만 아니라, AI와 블록체인 기술개발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신한카드는 올 초 조직개편에서 AI전담부서인 AI랩을 신설할 만큼 AI기술 적용에 적극적이다. 2200만 회원의 소비패턴을 빅데이터로 활용 중인 신한카드는 지난 3월 AI 기반 카드지출 가상비서서비스 ‘판(FAN)페이봇’을 선보였다.

판페이봇은 고객들의 소비를 분석해주는 머신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다. 고객이 카드 사용 내역을 관리 하고 싶은 항목을 설정하면 적합한 지출 장소를 묶어서 관리해 준다. ‘데이트’ 항목을 설정하면 과거 카드내역을 자동분석한 후 영화관, 패밀리레스토랑, 놀이공원 등 적합한 장소를 소개한다.

KB국민카드는 지난 3월 AI기술 중 하나인 딥러닝을 적용한 FDS 개발에 착수했다. FDS는 과거 카드 사용패턴을 분석해 부정거래 혹은 의심되는 결제를 탐지하고 결제 승인 전 고객에게 관련 사실을 알리는 시스템이다.

딥러닝이 적용된 이 시스템에서는 사전에 설정된 위험도 측정 방식이 아닌 기계 스스로 정상 거래 패턴과 부정 거래 패턴을 분석 및 학습해 이상 거래 여부를 판별하고 적발한다. 국민카드는 이 시스템으로 고객들의 사용 패턴 분석을 기반으로 개인별 특성을 반영한 이상 거래 징후를 자동으로 탐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역시 최근 각광받고 있다. 블록체인은 고객의 거래정보를 중앙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여러 컴퓨터에 분산해 저장하는 기술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금융거래 시 컴퓨터 등 각종 전자기기 내에 공인인증서를 일일이 저장해 사용해야 했던 불편함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카드 포인트 관리 등에도 블록체인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각종 신기술 도입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현재의 위기를 타개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아직은 상용화 초기 단계라 기술이 정착하기까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미 대형 포털 업체들을 비롯해 유통업체까지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카드업계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빅데이터, AI 등 각종 신기술을 통해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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