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막대한 자금지원, 낮은 인건비로 한국 맹추격…기술력 부족으로 선진국 공사 넘보기 어려워

이미지= 조현경 디자이너
“한국 기업과 컨소시엄을 자제해라. 중국 국내 기업을 건설공사에 참여시켜라” 연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문제가 발발했을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비공식적으로 언급한 말이다. 해외 매출 점유율 1위를 달리는 중국 건설사와의 합작, 중국 수출신용기관(ECA)의 자금지원이 이때부터 난항을 겪었다고 건설업계 측은 전한다. 

해외 건설시장 부동의 1위인 중국 건설업계의 추격이 매섭다. 막대한 공적개발원조(ODA)에 저렴한 인건비까지 동원해 해외수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국이 비교우위를 지닌 기술력도 수년내 따라잡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국내 업체의 컨소시엄 참여를 배제하는 기류까지 보이며 한국 건설업체들의 해외건설 입지가 좁혀졌다. 건설업계 선두주자가 다수 포진한 일본, 유럽과 함께 중국의 추격까지 한국 건설업계가 ‘샌드위치’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속한 28개 국가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비율은 평균 0.32%로 나타났다. 해당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가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다만 지난해 한국의 이 비율은 DAC 국가 평균치에 절반도 안되는 0.14%에 그치고 있다. 한국이 OECD에 가입한 1980년대말 이래 꾸준히 증가했지만 여전히 적은 수치다. 이는 ODA의 일종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도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를 등에 업은 중국 건설사의 추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가 수세에 몰릴 수 밖에 없다. OECD에 따르면 2010~2013년 중국의 ODA 규모는 매년 한국 대비 2배 이상을 유지했다. GNI 대비 ODA 비율은 1%를 넘지 않지만 양적으로는 뒤지지 않는다. 최근 수출신용기관(ECA)을 통해 자금지원이 강화되면서 중국 건설업계가 더 매섭게 국내 기업을 추격하고 있다.

인건비가 저렴한 점도 중국 건설사의 강점이다. 인건비는 공사원가의 30~40% 이상을 차지한다. 속된 말로 “밥만 주고 일 시키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 건설업체는 낮은 인건비를 유지하고 있다. EDCF를 통한 자금지원액 규모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 건설업체에게 밀릴 수 밖에 없다고 건설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 국내 기업은 저렴한 인건비로 공사를 수주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역할을 후발주자인 중국이 차지했다”며 “개발도상국에서 발주되는 기술력이 높지 않은 공사는 중국 측이 비교우위를 지닐 수 밖에 없다. 거기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자금지원까지 이뤄지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중국에게 비교우위를 지닌 기술력을 살릴 수 있는 공사에선 원천 기술력이 발목을 잡는다. 두바이, 싱가포르 등의 국가는 기술력 중심의 공사를 발주한다. 이때 자체 기술력은 물론이고 시공실적 등을 매우 중요시한다. 다만 한국 건설기업은 원천 기술력 부재 등으로 해당 국가에 입찰 도전장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실적과 기술력을 살리기 위해선 선발 건설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이 가장 좋다. 다만 컨소시엄 구성이 ‘남의 밑에 들어가 일한다’는 자존심이 강한 건설업계는 그간 컨소시엄 구성을 꺼려했다”며 “그간 건설업계가 기술력을 높이는 대신 공사비를 낮춰 저가수주를 일삼으면서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결국 EDCF 증대를 통해 사업참여 기회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집에 ODA 증액을 약속한 바 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 측은 내년 EDCF 예산으로 1조600억원 증액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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