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 1200만 영화 나와도 해외실적에 목매는 이유
  • 고재석 기자(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7.09.1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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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국내 박스오피스 정체에 실적 빨간불…중국, 동남아 등 해외법인 성장세 돋보여 만회할 듯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3분기는 국내 영화가의 대표적인 성수기다. 그간 대부분의 1000만 영화가 7~8월 개봉작 중 탄생했다. 1200만 관객을 동원한 화제작 ‘택시운전사’도 올해 8월 2일 개봉했다. 택시운전사 덕에 극장산업도 호황이라고 볼 법도 하다.

정작 극장업계 1위 CJ CGV(이하 CGV)의 3분기 실적 키(Key)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법인이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택시운전사의 등장에도 국내 성수기 박스오피스가 평년에 못 미친 탓이다. 되레 해외 박스오피스 성적이 기대치를 넘어서고 있다. 이 덕에 2분기와 마찬가지로 국내서 ‘까먹은 실적’을 해외서 만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성수기 첫 달인 지난 7월 극장 관객수는 2136만명으로, 2013년 이후 4년 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관객은 18.6%가 줄었고 매출액도 20.1% 쪼그라들었다. 한국영화 관객수가 56.5%나 급감한 게 주된 원인이 됐다.

1200만 관객을 모은 택시운전사가 등장한 8월에도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8월 극장 관객수는 298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뒷걸음질 쳤다. 매출도 1.5% 줄었다. 8월 관객수는 2015년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택시운전사와 청년경찰이 흥행했지만 군함도 흥행스코어가 ‘용두사미’에 그친 탓으로 풀이된다. 9월 박스오피스가 의지해왔던 추석 연휴도 올해는 없다.

이는 극장업계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3분기 국내실적도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면서 “7월 박스오피스가 이미 전년 대비 감소했고 추석 연휴도 전년 3분기에서 올해 4분기로 늦어지면서 박스오피스에 미치는 효과도 4분기로 넘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성수기 효과는 2015년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에 접어든 것 같다. 최근 여름 시장에 블록버스터만 개봉하는 게 아니다. 청년경찰이나 장산범 같은 작품들도 나온다. ‘차별화’ 배급전략이 성수기까지 확장됐다는 건, 반대로 생각하면 성수기에 대작을 내놓는 리스크를 더 크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업황의 기준에서 보면, 성수기에 1000만 영화가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유력 배급사 영화가 각기 700만 이상을 골고루 기록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런 시장의 힘은 많이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더욱 주목받는 게 해외법인이다. 앞서 CGV는 2분기에 국내사업서만 9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하지만 전체 영업손실은 32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중국서 32억원, 터키서 15억원, 베트남서 42억원, 인도네시아서 7억원 등 해외법인에서 골고루 이익을 거둬들인 덕이다. ‘국내 정체, 해외 성장’ 구도는 3분기에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CGV에 따르면 지난 13일 CGV 인도네시아가 올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해 1000만 관객 돌파 시점은 12월이었다. CGV가 위탁경영을 맡기 전인 2012년 관객 숫자는 400만명이었다.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는 5년 만에 3배 이상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CGV는 2013년 1월 현지 극장 체인 ‘블리츠 메가플렉스(Blitz Megaplex)’ 위탁 경영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올해 1월 브랜드를 CGV로 전환했다. 지분추가 취득으로 연결대상 법인에도 지정됐다.

김경태 CGV 인도네시아 법인장은 “자카르타와 주요 지방 도시에 극장 수를 대폭 확대해 올해 10개 이상의 극장을 추가로 열고 2020년까지 100개 이상의 극장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CGV 인도네시아는 현지 2위 극장사업자다.

같은 동남아에 자리한 베트남 법인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분기 베트남 법인 영업이익은 42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이 10%를 훌쩍 넘어 인상적인 수익성을 보여줬다. 극장 뿐 아니라 CGV 베트남이 직접 배급을 맡은 현지 영화 ‘엠 츄아 못므이 땀(Em Chua 18)’도 흥행하면서 호재가 겹친 덕이다. CGV는 이 영화를 제작한 현지 제작사와 손잡고 기획, 제작, 마케팅, 상영 등 협업체계를 구축해놓은 상태다.

아직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는 ‘사드’ 이슈가 잔존하지만 CGV만은 예외다. CGV에 따르면 지난 8일 CGV 중국이 올해 3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3분기에 3000만 관객을 넘어선 건 CGV의 중국 진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에는 10월 16일에 3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연말 스코어는 3696만명이었다. 추세로 보자면 올해 4000만 관객 돌파가 유력하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박스오피스는 7월 이미 7.5% 성장했고 8월에 81%, 9월에 55%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남준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하반기) 국내 별도 영업이익이 37%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나, 해외부문 실적 성장세가 이를 만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CGV가 해외법인을 운영하는 국가가 인구규모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한 점은 되레 호재가 될 공산이 크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인구는 한국의 5배 이상인 2억 6000만 명이지만 박스오피스 규모는 반대로 한국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이미 전 세계적 규모로 큰 중국 시장 역시 방대한 인구 덕에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베트남은 신한류의 영토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김아영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조사연구팀 연구원은 “중국 뿐 아니라 동남아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갖춰 진출한 한류관련 기업들이 최근 성과를 내는 것 같다”면서 “동남아의 경우 한류에 대한 호감도가 소비로도 이어지는 국가기 때문에 앞으로도 성장가능성이 밝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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