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드 보복 대응 ‘카드’ 만지작…중국 측 “제소 대상 안돼” 주장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통상·에너지 소위원회에서 한·미FTA 추가 협상과 관련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를 대응 카드의 하나로 언급하면서 한·중 간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민간 차원의 보복 조치는 제소 대상이 아니라며 반박하고 나섰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WTO 제소 시 승소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14일(현지시간) 중국 일간지 환구시보는 “추이젠궈(崔建國) 중국 WTO 연구회 부회장이 ‘중국 정부는 사드 보복조치를 발표한 적 없다. 만약 한국이 WTO에 제소하려면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중국 사드 보복과 관련해 WTO 제소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는 입장에 대한 대응 성격의 발언이다.

전날인 13일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산자원부 기자실에서 한 통상현안 브리핑을 통해 중국 사드 보복조치에 대해 WTO 제소 카드도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WTO 제소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며 제소 현실화 가능성은 낮게 봤다.

김 본부장은 “WTO 제소 여부는 항상 옵션으로 갖고있다”면서도 “(WTO 제소) 카드는 일단 쓰면 (더이상 협상) 카드가 아니다. 어떤 옵션이 더 효율적, 효과적일지 아주 세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 강경 대응보다 상황 추이를 보며 태도 변화를 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추이젠궈 부회장은 “외국기업이 중국에 상품을 수출할 땐 중국법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관련 규정을 어기면 중국은 이를 처벌할 권한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보이콧을 막을 순 없다. WTO가 이를 제재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WTO 제소를 해도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내 통상 관련 국제법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하면 승소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아시프 큐레시(Asif Hasan Qureshi) 고려대 교수(국제법)는 “(WTO 제소는) 어려운 문제지만 한·중 교역관계 관점에서 중국의 보복 행위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중국의 태도는 아무 잘못 없는 한국 상인, 투자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WTO 제소로 이어지면 중국은 국가안전보장(national security) 카드를 들고나올 가능성도 크다”며 “WTO가 국가안보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릴진 확실치 않다.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된 WTO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국가안보를 이유로 국제 교역을 제한하겠다는 (중국의) 주장은 WTO 재판에 회부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승소하기 위해선 중국이 한국 경제 교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충분히 입증할 증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민 서울대학교 국제법 교수는 “한국이 WTO에 제소했을 때 승소 가능성은 크다. WTO 서비스 교역 협정과 관련해 중국의 위반 사항이 많기 때문”이라며 “중국이 한국 서비스 교역에 부정적 영향을 준 사실이 입증된다면 WTO 협정 위반 소지는 다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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