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경력 바탕 디지털 인프라 구축서 '두각'…회원수 1000만 돌파, 업계 2위 다져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보통 카드사 수장들은 금융업계 출신들이 많다. 이러한 가운데 비금융권 출신으로 삼성카드 디지털 혁신의 선봉에 선 이가 있다. 바로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다.

원기찬 사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삼성카드 대표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줄곧 삼성전자에서 지냈다. 인사팀에서만 무려 28년 이상 근무했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 부사장까지 올랐을 정도로 그룹에서는 인사전문가로 통한다.

◇삼성카드 디지털 선봉장 원기찬 사장

원 사장은 2014년 1월 삼성카드 사장에 선임됐다. 당시 업계는 삼성전자의 인사 전문가가 카드사 사장으로 선임된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인용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은 인사를 발표하면서 “실적에 따른 성과주의 인사를 구현한 것”이라며 “원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삼성카드에 접목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원 사장 스스로도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는 제품을, 카드는 금융을 기반으로 마케팅을 하지만 고객에게 상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크게 다른 것이 없다”며 “삼성전자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삼성카드에 접목시켜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사장은 취임이후 디지털 강화에 역량을 집중했다. 2014년 4월 국내 카드업계 최초로 고객의 소비패턴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삼성카드 ‘LINK’ 서비스를 선보였다. LINK 서비스는 고객별 소비패턴 분석을 통해 선호하는 업종, 지역, 인기 가맹점 등을 예측해 고객별로 맞춤형 혜택을 제공한다.

같은해 11월에는 디지털 채널 개선 전담팀을 구성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빅데이터 활용 강화를 위해 마케팅과 BDA(Biz Data Analytics)실을 통합, 빅데이터 활용을 구체화하는 BDA센터도 개설했다.

이런 노력 끝에 지난해 4월 ‘24시간 365일 카드 발급 체계’가 등장했다. 삼성카드는 기존 3~6일 소요됐던 카드 발급 기일을 카드 발급 심사가 통과되면 회원이 다음날 모바일카드를 즉각 받을 수 있게 했다. 365일 24시간 상담을 할 수 있는 ‘톡(Talk) 상담’서비스도 내놓았다.

원 사장은 이러한 노력들을 바탕으로, 2014년도 삼성카드 순이익을 6500억원까지 끌어올리며 업계 2위로서 입지를 다지고 능력을 과시했다. 이는 전년보다 140%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에도 업계 불황을 딛고 당기순이익 3494억원이란 호실적을 기록했다. 33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던 2015년보다 4.7% 늘어난 금액이다.

회원 수 역시 늘고 있다. 삼성카드 ‘2017년 1분기 경영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올해 1분기 기준 1013만명의 유효회원(개인회원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9794만 명에서 3분기에 1001만 명으로 늘면서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삼성카드가 1000만명 이상의 회원을 가질 수 있게 된 이유는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가입하는 고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삼성카드 카드 발급 10건 가운데 6건은 디지털 채널로 이뤄지고 있다.

올해 2월 연임에 성공한 원 사장의 목표는 업계 1위에 올라서는 것이다. 그는 올해초 “지난해 구축한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흥행상품과 서비스개발, 업무디지털화 등을 통해 ‘디지털 1등 카드사’로서의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카드사 업황 부진…인터넷 전문은행 등 새로운 적수 등장은 고민거리

그러나 디지털 혁신을 통해 실적 개선을 꿈꾸고 있는 원 사장의 바람과 달리, 카드업계 업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난 8월부터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 적용 연매출 기준이 2억원에서 3억원과 3억원에서 5억원으로 각각 확대됐다. 수수료 부담을 줄여 영세·중소 가맹점을 돕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가맹점 46만여 곳이 영세·중소가맹점으로 새로 분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카드사는 수수료 수익이 크게 줄게 됐다. 가맹점의 일반적인 수수료율은 2.5% 수준이다. 영세 가맹점과 중소가맹점은 각각 0.8%, 1.3%의 우대 수수료가 적용된다. 금융위는 연간 3500억원 내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연간 350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수익이 사라지는 셈이다.

충당금 추가 적립도 고민거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제2금융권 건전성 관리 강화방안’을 통해 저축은행·상호금융·카드사 등의 고위험 대출에 대해 충당금을 더 쌓도록 하는 내용의 건전성 강화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카드사는 2분기부터 2개 이상의 카드론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를 고위험 대출로 구분하고 충당금을 30% 추가 적립해야 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전체 개인카드 자산에서 신용등급이 5등급 이하이면서 3건 이상의 금융기관에 대출이 있는 다중채무자의 비중은 30.6%나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7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5370억원으로 전년동기의 9584억원에 비해 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이용액 증가 등으로 가맹점수수료 수익과 카드론 수익은 증가했으나, 부가서비스 등 마케팅비용이 증가하고,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 등 비경상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삼성카드 역시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대비 789억원이나 감소했다.

최근 출범한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도 삼성카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출범 한달만에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 발급건수는 200만장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200만 사용자를 거느린 카카오톡의 대표 이모티콘으로 유명한 ‘카카오프렌즈’를 카드 디자인에 접목해 20~30대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디지털 혁신을 외치던 삼성카드 입장에선 예상치 못한 강력한 적수가 등장한 셈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원 사장이 디지털 혁신을 통해 삼성카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다만 이미 디지털 분야에 특화된 IT 기업들이 대거 결제 시장에 진출, 카드업계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IT기업들이 갖고 있지 못한 카드사 특유의 장점을 디지털 혁신과 융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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