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기업 가치 높일 조직 슬림화 선결 과제…방대한 조직규모도 손질해야"

이동걸 신임 산업은행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 뉴스1
대우건설이 최순실 인사개입 의혹을 받은 박창민 전임 사장,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선언을 했던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 등의 CEO 리스크로부터 벗어났다. 남은 변수는 매각작업에 앞서 이뤄질 기업가치 제고다.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직원감축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전문가인 신임 송문선 사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우건설의 주가는 1주당 69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월31일 1주당 8190원으로 올해 들어 고점을 기록한 이래 주가가 연일 하락세다. 연내 매각을 공언한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주가가 당시 1만5000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형편없이 떨어진 수준이다. 적정 매각가를 받기 위해 1주당 1만3000원대를 유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상황에서 기업가치 제고와 주가 상승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일 취임한 이동걸 산업은행장을 필두로 대우건설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우건설의 지나치게 높은 매출, 비대해진 조직 축소가 필요하다고 건설업계 측이 바라보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동걸 산업은행장과 송문선 대우건설 사장이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점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지난 2008년 한 정부 기관지에 부실기업 처리와 관련해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논조의 글을 기고한 바 있다. 이같은 논조에 비춰 대우건설의 조직축소, 인원감축 등의 구조조정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또한 송 사장 역시 산업은행에서 근무시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취임 이후에는 11본부 1원 2실 50담당 101팀을 8본부 1원 37실 98팀으로 재편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두 경영자가 시너지를 발휘해 대우건설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는 대목이다.

◇ 비대해진 조직, 높은 매출규모…더 강한 구조조정 필요하다는 지적 나와

신임 경영자들이 추지할 과제로 대우건설을 대상으로 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건설업계 측은 바라보고 있다. 지나치게 방대한 조직규모, 매출규모가 대우건설 인수 대상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주된 내용이다.

우선 업계는 대우건설이 지나치게 방대한 조직규모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상위 5대 건설사 중 매출액 대비 임직원수를 보면 대우건설은 0.1%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건설사별 해당 비율인 포스코건설의 0.17%, 대림산업 0.14%, 현대건설 0.08%, 삼성물산의 0.07% 중 3번째로 높은 수치다. 매각작업 전 조직정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유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조직확대 만을 단행했다. 금호산업, 산업은행에 매각되기 전 대규모 희망퇴직이 이뤄지지 않은 결과”라며 “부동산 시장 경기 하강으로 인해 대우건설 인수 대상자는 필연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해야 된다. 문제는 인수 뒤에 욕을 먹으면서 구조조정을 하고 싶은 인수 대상자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지나치게 높은 매출규모도 인수 대상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우건설은 올해 들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매출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는 지나친 매입자금, 인수 뒤 매출하락으로 인한 책임추궁 등에 있어 인수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 인수자금으로 2~3조원이 거론된다. 이는 전 쌍용건설 매각대금인 1700억원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매입자금이 지나치게 높다. 대우건설이 주축으로 하는 주택공급 사업만을 바라보고 통큰 배팅을 하기에 인수자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신산업 육성을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연일 대우건설 실적이 고점을 찍는 부분도 대우건설 매각에 역설적으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점을 기록한 매출 등 영업실적이 인수 뒤 하락한다면 책임추궁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결국 조직 슬림화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인수자금을 낮추는 등으로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매각작업에)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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