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과학‧대화형 메신저 핑퐁 출시…시리‧빅스비보다 일상대화 데이터 많아
인공지능(AI)에게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까. 일상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AI 메신저 서비스 ‘핑퐁’을 만든 스캐터랩은 가능하다고 믿는다.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피곤하다는 말에 ‘어서 자’라고 답해주는 AI가 있다면 우리는 순간의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캐터랩은 주로 인간 감정에 집중하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스캐터랩은 2013년 대화분석 서비스 ‘텍스트잇’에 이어 2015년 ‘진저’, 2016년 ‘연애의 과학’을 출시했다. 핑퐁은 최근에 시작한 장기 프로젝트다. 그 중 연애의 과학은 심리학 논문을 분석해 연애 콘텐츠를 제공하고 메신저 대화 속 심리를 분석한다. 특정 고민을 상담해주기도 한다. 성인전용 콘텐츠도 최근 론칭했다. 이미 SNS에서는 유명한 서비스다.
인간 관계와 사람 감정을 분석하는 서비스를 왜 많이 만들었냐고 묻자, 김 대표는 담담하게 ‘재밌어서’라고 답했다. 감성적인 AI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김종윤 대표를 12일 서초구 강남대로에 위치한 스캐터랩 사무실에서 만났다.
◇ 스타트업은 지치지 않아야 한다… 목표는 ‘가치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2011년 8월에 바로 창업을 시작했다. 창업은 경험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여자친구들이랑 문자 주고받는 것을 좋아했다. 관심있는 여자에겐 더 친절하게 답했다. 감정이 문자에도 반영된다는 걸 깨달았다.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학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예비창업기술자사업에 발탁되면서 법인을 설립했다. 개발자 친구 5명과 손을 잡았다. 김 대표는 그 과정이 많이 힘들진 않았다고 전했다.
“사실 스트레스를 받는 스타일이 아니다. 막 사는 생활을 추구하고 있어서인가. 당연히 힘들었던 점도 있었다. 창업 당시인 2011년엔 창업 인프라가 많이 없었다. 창업을 꿈꾼 것도 아니라 모르는 게 많았다. 2011년 창업 후 2013년에 첫 서비스가 나왔다. 긴 시간을 준비한 셈이다. 엔젤투자를 받은 뒤 모바일 생태계를 파악하고 조금씩 배워나갔다.”
스캐터랩은 지금까지 서비스 4개를 출시했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인공지능 메신저 핑퐁도 1년 반 동안 준비했다. 일상 대화를 나누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술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 대표는 ‘지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은 틀이 있는 사업을 진행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창업을 시작한 지 6년 4개월이 됐지만 여전히 재밌고 흥분된다. 시행착오와 장애물에도 지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4월 연애의과학은 일본에 서비스를 출시했다. 일본 사용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상담코너가 정말 좋다며 한번에 20만원을 결제한 사용자도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가치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건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다.”
연애의 과학은 원래 15~34살 여성 소비자가 많았다. 최근 성인전용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성비가 조금 맞춰졌다고 한다. 올해 초에 비해 매출도 4배 이상 늘었다. 손익분기점도 넘었다. 어떤 콘텐츠를 제공해야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도 보는 지 감을 잡았기 때문이란다. 가치있는 유료 콘텐츠를 만들어야 그만큼 사람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다양한 형태의 연애 콘텐츠들을 많은 사람들이 오래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게 스캐터랩의 목표다.
◇ “연애의 과학은 핑퐁의 좋은 데이터서비스 채널이다”
요즘 AI시장은 요란하다.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 IT공룡들이 뛰어들었을 뿐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들도 AI기술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 시리, 갤럭시 빅스비 등 AI 메신저 서비스도 많다. 김 대표는 기존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는 일상대화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지시나 명령을 이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후 7시에 깨워줘’, ‘8시에 영화표 예매해줘’ 같은 식이다.
핑퐁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김 대표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감성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AI가 적용되는 분야는 굉장히 다양하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감정을 공유하는 영역은 비어있다. 핑퐁은 누군가의 애착 인형이자 반려동물, 캐릭터가 될 수 있다.
“스캐터랩은 메시지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진 스타트업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메신저 회사들이 더 데이터가 많지 않냐고 하는데, 그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일반 메신저 대화에 접근할 수 없다. 서버에 암호화되서 저장되기 때문이다. 연애의 과학은 핑퐁의 좋은 데이터 서비스 채널이기도 한다. 사용자들이 직접 메신저 대화를 입력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대화형 AI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막론하고 어떤 제품이든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캐터랩은 게임업체나 연예기획사와 협업을 계획하고 있다. 대화형 AI가 가장 잘 적용될 수 있는 분야기 때문이다. 해외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일본에서 연애의 과학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영어권에도 연애의 과학을 진출시킬 수 있도록 팀을 꾸려 현지화 작업을 시작했다.
“꾸준히 인간관계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서비스를 출시해 왔다. 최근 선보인 핑퐁 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펀딩도 준비하고 있다. 머신러닝 관계자를 많이 뽑기 위해서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언어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는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인간과 AI을 연결시켜 일상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술 분야에서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1등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