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필라이트, 자사 주력 제품 출시 기록 넘어…수입맥주와 경쟁은 과제

/ 디자이너 조현경
‘한국 맥주는 맛이 없다’는 맥주 애호가들의 입맛을 돌리기 위해 국내 주류업체들이 출시한 신상 맥주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상품 출시 100일 만에 기존 자사 맥주 제품 판매량을 가뿐히 넘기고 있다. 

롯데주류가 지난 5월 공개한 맥주 피츠 수퍼클리어는 출시 100일만에 4000만병(330㎖ 기준)이 팔렸다. 피츠는 자사 맥주의 맏형 격인 클라우드의 출시 100일 판매 기록(2700만병)을 훌쩍 넘어섰다. 

 

하이트진로가 비슷한 시기 선보인 발포주 필라이트 역시 100일 동안 3400만캔이 팔렸다. 피츠와 비교하면 판매량이 다소 낮아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양상은 다르다. 

 

가정용과 영업점 판매량이 맥주 전체 판매량의 50대 50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필라이트는 식당 등 영업점에 판매되지 않음에도 초반 돌풍이 거세다. 지난달 말에는 판매량 5000만캔을 돌파했다.

 

그렇다면 과연 피츠와 필라이트의 이같은 초반 돌풍이 계속될 수 있을까. 전례를 보면 ‘롱런’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주류 클라우드는 2014년 출시 당시 품귀 현상까지 일으키며 대박 열풍을 일으켰다. 기업의 오랜 숙원 사업으로 여겨졌던 맥주 출시로 롯데주류는 당시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이에 힘 입어 클라우드는 2014년 한해 동안 월 평균 10% 이상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5년에는 국내 맥주 시장서 점유율 7%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고공행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시들해졌다. 현재 클라우드 점유율은 4%대다. 당시 클라우드 점유율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수입맥주의 급격한 팽창과 함께 카스와 하이트와 비교하면 높은 가격대를 유지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클라우드는 출고가 기준 1250원(병맥주 500㎖ 기준)으로 경쟁사 맥주보다 비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가 클라우드가 출시된 2014년 이후인 재작년부터 급격하게 인기를 끌면서 소비자 선택이 크래프트 비어나 수입맥주로 많이 옮겨갔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카스, 하이트의 양강구도는 여전히 굳건하고 수입맥주 시장은 해가 지나며 더욱 커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맥주 수입액은 2011년 5884만달러에서 2012년 7359만달러, 2013년 8996만달러, 2014년 1억2268만달러, 2015년 1억4168만달러로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수입맥주 양은 22만여톤으로 2015년보다 29% 늘었다.

 

대형마트에서는 수입맥주를 찾는 소비자가 늘자 경쟁적으로 수입맥주 가지수 늘리기에 나섰다. 신세계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수입맥주 가짓수는 500여종이다. 지난해 200여종 판매하던데서 맥주 종류를 크게 늘린 것이다. 올해 대형마트 추석 선물세트로 수입맥주 세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게다가 국내 소규모 맥주 회사와 편의점, 대형마트의 ‘굴기’도 변수다.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만난 ‘청와대 호프미팅’서 이름을 알린 세븐브로이의 강서맥주, 달서맥주 등의 등장도 국내 맥주 시장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아울러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과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도 수제 맥주를 내놓고 있다. ​

 

이에 따라 피츠와 필라이트 등 신상 맥주가 경쟁의 한복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존재감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맥주가 새로 출시되초반 기세로 이후를 예측하는 것이 쉽진 않다. 다만 주류를 찾는 소비자들은 먹던 것을 먹으려는 보수적인 성향이 짙다. 카스나 하이트가 우위에 있는 점”이라면서 “이들 제품이 반짝 인기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인 선택을 받으려면 존재감을 알리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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