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까지 확산되며 업계 위기감 커져…"전통적 카드업 벗어나 IT업체로 변모해야"

삼성카드의 디지털 창구 모습. / 사진=클립소프트
올해 카드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디지털 혁신’이다. 비금융권 업체들이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에 진입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속에서, 디지털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단 전략이다. 특히 카드사 수장들은 디지털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최근 ‘2017 하반기 사업전략회의’에서 주요 전 임직원에게 ‘디지털 혁신 리더’가 되기를 강조했다. 디지털 리더란 고객의 생활·경험·가능성 등에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가장 빠르게 제시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뜻한다. 지난해 제시한 ‘디지털 퍼스트’보다 한 단계 진화한 개념이다.

임 사장은 또 “기존 카드업에 갇힌 방식과 사업구조는 ‘카라파고스(카드+갈라파고스)’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디지털 혁신 및 젊고 활력 넘치는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의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한카드는 공격적으로 디지털 전문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임 사장은 상반기에만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사용자경험(UX) 등의 디지털 분야에 전문인력 10명을 채용했다.

올 하반기에는 디지털 역량만을 평가하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성별, 나이, 학교, 학점, 자격증 등 스펙을 배제한 채 디지털 역량만을 평가해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신한 디지털 패스’ 전형을 신설했다.

디지털 패스 전형은 ‘디지털+카드’를 주제로 5분 동안 자신만의 생각과 역량,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오직 디지털에 대한 역량과 아이디어만 평가 한다. 우수자에게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준다.

하나카드도 최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전략을 발표했다. 결제, 마케팅, 보안 등 업무 전반에 있어 디지털화를 통해 미래 환경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우선 단계별 대응방안 1단계로 ‘카드사업 전 프로세스 영역에서의 디지털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24시간 365일 심사 발급 체계를 구축했다. 앞으로 플라스틱 카드를 대체해 생체인증이 가능한 실물 없는 카드와 챗봇 등 다양한 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도 검토 중이다.

2단계 전략은 손님 맞춤형 결제 플랫폼을 구성하는 것이다. ‘하나1Q페이’ 앱 및 홈페이지에 개인화 영역을 넓히고 AI 등 지능화 기능을 연동해 개인화를 넘어 지능화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DT하나카드 전략의 최종 목표는 ‘디지털 제휴연계(Digital Connected)’다. 금융사, IT업체, 제조업체 등 업종에 상관없이 결제시장 진출이 가능해진 만큼 외부 결제앱, 포털사이트 등의 업체와 제휴해 결제시장규모를 확대,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은 “4차 산업혁명의 능동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모든 직원이 디지털 환경을 이해하고 개인 업무의 디지털화를 위해 아이디어를 창출해야 한다”며 “직원들의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 회사 전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디지털 삼성카드’를 내세웠던 삼성카드는 올해도 디지털 역량 강화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카드는 이미 지난 2015년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링크’를 서비스하고 있다. 링크는 회원의 소비패턴을 분석해 회원이 좋아하는 업종이나 회원이 있는 곳 주변에 있는 인기 가맹점을 예상해서 개인별 혜택을 주는 서비스다.

올해 연임에 성공한 원기찬 사장은 디지털 전략에 집중해 업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놨다. 원 사장은 “올해 혁신적인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지난해 구축한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흥행상품 및 서비스개발, 업무 디지털화 등을 통해 ‘디지털 1등 카드사’로서의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10월부터 회원 모집 방식을 100% 태블릿 PC로 전환한데 이어 올해는 제휴 백화점에 디지털 창구 서비스를 도입했다. 디지털 창구 서비스는 종이로 이뤄진 각종 신청서를 전자문서로 구현한 페이퍼리스 시스템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디지털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디지털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핵심 요소”라며 “이익의 20%를 디지털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카드 스튜디오 블랙. / 사진=현대카드
2015년 현대카드는 국내 금융사 중 최초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디지털캠프를 오픈한 바 있다. 이 캠프는 현재 전세계 최신기술을 탐색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또 실리콘밸리의 지역 이점을 활용해 선진금융기술과 기법을 금융서비스에 접목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중국 베이징에도 디지털캠프를 차렸다.

국내에서는 IT기업 및 핀테크업체가 입주하는 공간인 ‘스튜디오블랙’을 운영하며 현대카드 디지털전략본부와 스타트업 100여 곳이 한 건물에서 디지털전략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미 대형 포털 업체들을 비롯해 유통업체까지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카드업계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제는 카드사 스스로 IT 업체로 변모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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