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노협 "윤 회장 연임 위해 사측 설문 조작"… 사측 "사실무근, 노사 공동조사하자"

KB 금융노동조합협의회 조합원들이 12일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 규탄 및 후보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KB금융지주 노조협의회가 사측이 윤종규 회장의 연임을 위해 노조 설문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측은 노사가 공동조사를 하자며 사실무근이라고 맞섰다.

 

KB금융그룹 7개 계열사 노조로 구성된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는 12일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설문조사에 사용자측 개입이 상당히 의심된다"며 사측의 설문조사 조작을 주장했다.

 

KB노조는 지난 5일 오전 8시부터 6일 자정까지 윤 회장의 연임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1만6101명에게 문자를 발송해 1만1105개의 응답 결과가 집계했다. 

 

하지만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17개 IP에서 4282건의 설문 답변이 일제히 이뤄졌고 이들 응답 가운데 99.7%가 '윤종규 연임 찬성' 응답이었다고 KB노협은 주장했다.

 

KB노협은 "일반인이 알기 쉽지 않은 '쿠키 삭제' 후 재설문 과정을 거쳐야 하는 방법으로, 설문결과를 왜곡하려는 의도 없이 몇백 건씩 동일한 결과값으로 설문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중복 응답이 없는 설문조사 결과라면 유효샘플(무응답 제외) 6807건 가운데 5541명(81.4%)가 윤 회장이 연임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반면 중복응답을 포함하면 1만1076건 가운데 5558(50.2%)건이 반대한 수치가 된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 연임 반대가 81.4%에서 50.2%로 수치가 현격히 낮아진다는 주장이다.

KB노협 국민은행지부 관계자는 "설문조사 결과 조작은 윤종규 회장 연임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라며 "이같은 노조 설문조사 방해 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며 동시에 노조 활동에 대한 사측 개입을 금지하는 노조법 제81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KB노협은 조만간 윤 회장에 대해 업무방해죄 및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KB노협은 "윤 회장은 지금이라도 본인의 연임 포기를 선언하고 KB금융그룹의 원활한 승계를 위해 남은 임기 동안 백의종군할 것을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사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맞섰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찬반투표에서 회사측 개입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진실 규명을 위해 노사 공동조사를 노조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측이 조합원 투표를 조작했다면 공동 조사 자체를 말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노조에서 제기한 의혹과 관련된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또 KB노협은 사측이 사내 익명게시판을 통해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KB노협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 연임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 조성을 위해 본점의 특정 부서 직원들을 동원해 사내게시판에 윤종규 회장을 옹호하고, 설문조사의 정당성을 훼손하기 위해 노조를 폄하하는 내용의 글을 조직적, 반복적으로 게재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핫이슈 토론방은 익명으로 자유롭게 직원간 의견 개진을 하는 토론공간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며 "찬성 또는 반대 등 의견이 나올 수 있다. 댓글 부대 운영과 관련한 노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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