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라이프, 영업점포 모두 폐쇄하고 설계사듣 재택근무 전환…수당도 50% 삭감 일방 통보

현대라이프생명이 최근 경영악화에 설계사들에게 재택근무를 하도록 하고 수당을 50% 삭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설계사들이 생계 위협을 호소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이코노미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이 장기화한 실적악화로 영업점포 폐쇄,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에 들어간 가운데 재무설계사(FP)가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라이프가 보험대리점을 통한 신규 판매를 중단할 뿐 아니라 전국의 영업점포를 모두 폐쇄하면서 설계사 일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라이프는 올해 70개가 넘던 전국 영업점포를 모두 폐쇄하고 설계사들에게 일방적으로 재택근무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대라이프는 10월 1일부터는 보험계약 수수료를 50% 삭감하겠다는 통보도 했다.

이동근 현대라이프 설계사 비상대책위원장은 "영업점포를 없애고 재택근무를 통보한 것은 설계사들의 영업활동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며 "결국 영업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해촉(해고)이 되는 구조에서 일해 온 설계사들을 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모는 것이다. 모든 설계사를 내보내려는 술책이다"고 말했다.

보험 설계사는 보험사에선 특수고용직 형태의 종사자다. 정규직이나 비정규직보다 고용 보장이 열악하다. 1년 단위 계약을 하지만 이 위원장에 따르면 현대라이프는 이 계약 기준 외에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라 영업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해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는 보험 신계약이나 계약 유지에 설계사들의 영업력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설계사가 회사가 만든 상품을 현장에서 나가 파는 방식인 셈이다. 이에 보험사마다 계약 수수료와 유지비 등 보험 계약에 비례해 설계사에게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현대라이프 설계사들이 해당 논란과 관련 사측에 대화창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며 집회를 열자 사측이 해촉(해고)관련 문자를 보냈다. / 사진=시사저널이코노미
이 위원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실적 압박, 인력 감축에도 설계사들은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 하나로 참고 지냈다"며 "하지만 이제는 출근할 곳마저 없앴다. 길게는 30년 이상 설계사로 일해온 사람들마저 회사 방침대로라면 모두 나가야 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현대라이프는 최근 회사가 지급하는 수수료도 다음달부터 절반으로 삭감하기로 했다. 이에 반발한 설계사 300명이 지난 8일 현대라이프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고 회사가 전달한 보험영업지침 개정에 동의하지 않는 서한을 우편으로 보냈다.

이 위원장은 "항의 집회가 끝난 뒤 회사가 미동의한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위촉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이후에 계약이 해지된다고 통보했다"며 "부당하게 수당을 50%나 줄인다는 걸 거부한다고 했더니 해촉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기준 현대라이프의 전속 설계사 수는 2000명이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현재 남아 있는 설계사는 600명으로 급감했다.

이 위원장은 "현대라이프 설계사 수수료는 3년 이연해 지급한다. 1년 단위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나머지 2년차 수수료는 모두 받지 못한다"며 "지금 남은 설계사는 현대라이프가 인수한 녹십자생명부터 일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회사의 이런 방침으로 설계사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라이프가 기록한 지난해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20억원이였다. 194억원 당기순손실도 기록했다. 이에 현대라이프는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다. 개인영업도 축소, 지점통폐합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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