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 건강기능식품 시장, 편의점이 한몫…규제완화에 반응은 ‘극과극’


/ 디자이너 조현경

한때
 비싸다는 이미지로 소비자의 발길이 뜸했던 편의점이 1인 가구 증가와 자제 혁신으로 백화점대형마트 등 소매업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판매 품목을 보면 일반 먹거리에서 의외약품건강기능식품까지 소규모 백화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편의점의 무한 진화가 만들어 낸 결과다. -편집자주-

 

#풍경1. 직장인 김아무개씨는 피로가 누적돼 고생하고 있다. 계속되는 야근 때문이다. 몸이 힘들수록 홍삼 엑기스나 비타민제 같은 건강기능식품을 자주 횟수가 늘었다. 평소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던 김 씨는 최근 인근 편의점에서도 자신이 즐겨찾던 건강기능식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풍경2. 편의점주 박아무개씨는 최근 편의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건강기능식품과 관련한 게시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미신고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장만 골라 포상금을 타내는 일명 ‘식(食)파라치들’이 편의점을 노리고 있다는 업주들의 경험담 때문이다.

국내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시장이 지난 2015년 건기식의 편의점 판매 허용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1조6855억원에 불과했던 건기식 시장은 현재 4조원대 규모까지 성장했다. 

 

성장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확대로 건기식 시장이 향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나마 남아 있는 건기식의 판매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건기식을 판매하기 위해선 관할 지자체에 영업신고를 해야 하는데 편의점에 한해 이를 한시적(2년)으로 면제해 주자는 것이다. 

 

건기식 유통경로는 직접‧매장‧통신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이 중 방문판매나 다단계 경로를 통한 판매가 전체의 절반 이상(55.3%, 2015년 기준)으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전문매장, 백화점, 할인매장, 편의점 등 매장판매는 27.3%, 홈쇼핑(케이블 포함), 인터넷쇼핑몰 등 통신판매채널은 10.7% 수준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편의점이 최근 건기식 제조업체들에게 새로운 유통경로로 각광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건기식은 판매원이 소비자에게 식품정보를 설명하고 구매하는 방식을 주를 이뤘는데 편의점은 이런 상식을 깼다. 소비자들이 인터넷 등에서 식품정보를 미리 습득하고 매장에서는 오로지 ‘구매’만 해 판매원의 별도 설명이 필요 없어 자연스럽게 인건비가 줄어든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건기식의 경우 매출통계를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증가추세에 있는 것은 확실하다. 판로확대를 위해 제조업체들의 문의도 많다”면서 “편의점은 소비자들이 접할 기회가 많다. 건기식 구매연령층도 많이 낮아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노리는 식파라치 등장​…건기식 판매 영업신고 유예 개정법안 제출


건기식이 편의점으로 판로가 확대되자 식품안전 위반 포상금(최대 1000만원)을 노리는 식파라치들까지 등장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판매 관련 법규정을 위반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식파라치들은 지방자치단체에 영업신고 현황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등 지능적인 수법까지 동원하면서 자영업자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 관계자는 “(건기식을 팔려면) 영업신고를 하고 (상품) 발주해야 하는데 교육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신고 절차를 밟지 않는 자영업자들이 간혹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서류만 갖추면 관할구청에서 신고를 수리하기 때문에 영업신고를 반드시 하고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해야한다”고 말했다. 


건기식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정부와 정치권에서 판매규제 완화를 위한 제도정비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농식품 선진화를 위한 규제개혁 방안’을 발표했다.​개혁방안에는 88종인 현행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를 138종으로 확대하고 기능성 원료 심사기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는 안이 포함됐다. 또 건강기능식품 광고 사전심의제도 폐지도 규제개혁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됐다. 


정치권에서는 아예 편의점을 위한 맞춤형 법안개정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건기식 판매를 위한 사전 영업신고를 편의점에 한해 2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은 법안 개정취지에서 “선진국(미국·일본)의 자율판매 사례와 비교해보면 과도한 의무부과로 인해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이 늘어 건강기능식품 산업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먼저 편의점업계와 새로운 활로를 찾은 건강기능식품 제조업계는 규제완화 목소리를 적극 환영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협회 한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의 판매 활성화와 소비자의 접근성 제고를 위하여 개정안이 타당하다”면서 “영업신고를 한시적으로 유예할 것이 아니라 개정안의 규정을 항구적으로 적용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약사협회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은 일반식품과 달리 섭취량과 섭취방법이 정해져 있다. 의약품과 함께 섭취할 경우 효능 저해 또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판매업 신고 없이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허용하게 되면 위해·불량 건강기능식품 발생 시 판매 업소를 확인하는 것이 어려워 신속한 회수·폐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자료=GS25 / 디자이너 조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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