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푸딩우유, 낯선 맛보단 이미 익숙한 맛…단 맛 마니아라면 추천

제 10화. 몽블랑우유, 푸딩우유

 

우유는 가라앉는 맛이다. 맹물이 뒤끝 없이 가볍게 치솟는다면, 우유는 점잖게 내려앉는 무거운 음식. 그러니 우유가 들어간 모든 음식이 내겐 무겁다. 그래서 우유는 여름과 맞지 않다. 찌게 더운 날이면 아이스 라떼보단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생각난다. 공기에 한기가 들면 그제야 라떼가 먹고싶다.

 

며칠 전이 백로였다. 백로여서 우유를 마셔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고 편의점에 갈 때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우유가 있던 차에 찬 기운이 돌았다. 이번 화 주인공인 몽블랑 우유와 푸딩 우유. 이응(ㅇ)이 참 많다. 귀여우면서 무거운 맛이겠구나, 짐작한다.

 

사진=박견혜 기자

몽블랑은 디저트다. 사실 기자는 몽블랑 맛을 모른다. 때마다 먹는 밥도 그 맛을 아냐면 모르는데, 하물며 몽블랑은 바다와 대륙도 건넜다. 그래도 대상이 있어야 비교가 가능하니 책상머리에서 맛을 그려본다. 포털 검색창에 몽블랑을 뚜들기고 전문조리용어 해설을 뒤진다. 몽블랑은 달게 한 밤 퓌레를 얹은 둥글게 부푼 디저트. 몽블랑이 이탈리아와 프랑스 접경지대에 위치한 알프스산의 봉우리 이름이란 것도 맛을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될까. 어쨌든 몽블랑은 밤이며 빵일 것이다. 

 

여기까지가 상상, 이젠 실전. 정사각 우유갑의 입구를 찢어 한 모금 두 모금 마신다. 일부를 마셨는데 모두를 마신 맛이다. 섣부른 판단이 아니라 그만큼 심연 없는 1차원의 맛이다. 이 역시 우유인 관계로 무겁고 가라앉은 맛이다. 동시에 밤! 밤 맛이었다. 

 

바나나맛 우유, 딸기맛 우유가 지겹다 싶어 얼마 전 수박우유까지 나왔다. 이젠 밤 맛이라니. 몽블랑의 정의를 읽고 밤을 예상했기에 큰 재미 없는 맛이었는데, 극강의 단 맛이 좀 충격이긴 했다. 본래 밤의 단 맛은 이처럼 본격적이지 않지만, 작정하고 달게끔 된 밤 퓌레라면 극적일 만했다. 조금 구체적이자면 샷을 제한 마롱(marron, 불어로 밤)라떼의 맛이다. 

 

놀란 미각 추스르며 푸딩 우유로 넘어가본다. 몽블랑은 몰라도 푸딩은 안다. 뽀득뽀득 반질반질한 외모에 숟가락으로 건드리면 부르르, 찌르면 푹 찔리는 푸딩. 한 입 먹었다. 몽블랑 우유 먹고 놀란 가슴 푸딩 우유 먹고도 놀랐다. 달아서. 푸딩우유는 우유푸딩 맛이다. 말 장난 아니고 정말! 우유 1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9를 녹여 10을 만든 맛, 우유 1에 연유 9가 섞여 10이 된 맛이다.

 

나는 단게 좋아! 단 것만 좋아!라면 추천한다. 개당 13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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