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비하 등 이슈격화에도 손익분기점 3배 가까이 웃돌아…롯데엔터 2년 연속 500만 관객 돌파

이미지=김태길 디자이너

영화 ‘청년경찰’이 장기 순항하면서 56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1200만 관객을 불러 모은 ‘택시운전사’의 화제성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그래도 560만명은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성적입니다. 여름 최대화제작 ‘군함도’의 흥행이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걸 떠올려보면 이 성적표가 더 빛을 발합니다.

사실 기자는 청년경찰 개봉 전 이 같은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만난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여름 개봉작 중에 청년경찰을 주목해볼 만하다. 의외의 결과를 낼 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이 관계자도 560만명까지는 예상치 못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초반에 흐름을 탄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었었기 때문이지요.

기자가 큰 기대감을 갖지 않은 이유는 또 있습니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논란거리가 됐습니다. 서울시내 특정한 동네와 조선족을 묘사하는 방식이 불편함의 수위를 자극하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영화에는 서울시내 한 중국 동포타운에서 가출 소녀들을 납치해 난자를 강제 적출, 매매하는 조선족 폭력배들이 등장합니다.

한 일간지에서는 이 같은 묘사 방식이 옳은지 그른지를 설문조사하기도 했습니다. 포털사이트에서 청년경찰을 검색하면 ‘청년경찰 조선족’이 연관검색어도 뜹니다. 지난달 28일에는 중국동포들의 규탄 기자회견까지 열렸습니다. 그래도 흥행은 계속됐습니다. 28일까지 495만 관객이 이 영화를 관람했는데, 그 후에도 60만 이상의 관객이 더 들어찼기 때문이지요. 개봉 4주차라는 점을 고려하면 뒷심이 있었던 셈입니다.

논란은 감독과 제작사 등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정작 경제적으로 웃는 이들은 따로 있습니다. 청년경찰의 투자와 배급을 맡은 롯데엔터테인먼트입니다.
 

7월 25일 오후 서울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청년경찰' 언론 시사회. / 사진=뉴스1

영화계에 따르면 청년경찰의 손익분기점은 200만명 안팎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총제작비가 70억원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이중 마케팅 등 부대비용을 제외하면 45억원이 조금 웃도는 돈이 영화 제작에 쓰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손익분기점을 3배 가까이 뛰어넘은 셈입니다. 자연스레 롯데엔터테인먼트 수중에 떨어지는 수익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흥행실패가 이어지면서 ‘투자배급 4강 탈락’이라는 자존심 구기는 말까지 들었던 롯데엔터테인먼트로서는 완연한 부활의 전주곡을 울릴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해 여름 텐트폴(주력작)이었던 ‘덕혜옹주’는 공교롭게도 청년경찰과 거의 같은 560만 관객을 모으며 선전했습니다. 2년 연속으로 대형흥행작을 배출해낸 셈입니다.

올해의 호실적이 더 관심을 끌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사실 지난해 덕혜옹주의 560만 성적은 생각보다 주목을 끌지 못했습니다. ‘곡성’과 ‘밀정’ 덕에 할리우드 배급사들의 한국진출이 더 화젯거리였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할리우드 배급사가 모두 부진한 덕에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성적표가 더 돋보이게 됐습니다.

‘논란은 이어지고 불똥은 여러 군데로 튀고, 누군가는 해명에 나섰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계산서를 두드리고 있다’. 청년경찰로 뜨거웠던 지난 한 달은 아마도 이런 문장으로 갈음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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