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 상당 이주비 제공·후분양제 의사 등 환심사기…업계 "결국 시공비에 반영될 눈속임" 비판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 사진=뉴스1


“요새 여기 주민들 목에 깁스했다는 말 나와. 각 동 마다 전담 마킹하는 건설사 요원들이 주민들에게 밥사주고 선물주니 빳빳해지지. 두 건설사에서 우리한테도 빈번히 와서 떡 돌리고 잘봐달라고 부탁할 정돈데 말 다했지 뭐. 대통령선거보다 더 해.” (반포본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총 사업규모만 8조원에 달해 '단군이래 최대 정비사업장'으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이달 들어 더위가 한 풀 꺾였음에도 시공권 획득을 둘러싼 열기는 갈수록 더 뜨거워지고 않다. 지난 4일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오는 27일로 예정된 시공사 선정 총회까지 3주간 수험생 모드로 지내는 것이다. 반포 지역에만 '자이' 사업장을 세 곳이나 보유하며 전성기를 보내는 GS건설과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를 탄생시키고 새로운 황금기를 노리는 현대건설중 누가 승리의 주역이 될지 건설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두 건설사는 가히 전쟁을 방출케할 정도로 치열한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GS건설이다. 이미 반포동에만 반포자이, 신반포자이, 신반포센트럴자이까지 시공사업장을 세 곳이나 확보하고 있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GS가 선공에 나섰다. 특히 강남권 다수의 사업장으로 재건축 수행능력을 인정받은만큼, 가장 자신있는 시공능력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강남구 대치동 휘문고 인근에 조합원만 관람 가능한 견본주택을 열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도 안된 상태에서 견본주택을 연 것은 업계 최초다. 견본주택 하나 만드는데에도 수십억원이 드는데 그 비용을 마다하지 않고 투자에 나선건데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이 정한 반포 1·2·4주구의 명칭은 ‘자이(Xi) 프레지던스(Presidence)’다. 영문자 President(리더)와 Residence(저택), Confidence(자신감)을 합친 것으로 ‘리더의 품격에 어울리는 최상의 단지’라는 의미다. 세계적인 건축디자인 회사 SMDP의 최고경영자(CEO)인 스콧 사버(Scott Sarver)가 디자인한 외관은 일률적인 박스형에서 벗어나 한강 물방울을 형상화한 부드러운 설계를 적용했다.

견본주택을 세우는데만도 수개월이 걸린다. GS건설의 대응에 한 발 늦은 현대건설은 대신 조합원들에게 1년여 전 강남구 개포동에서 분양한 ‘디에이치아너힐즈’ 견본주택을 보여주며 ‘이보다 훌륭하게 짓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또 수주사례는 있지만 사실상 현재까지 전국에 디에이치 브랜드를 단 단지가 없어 시공 노하우가 증명되지 않은 불리한 입장인만큼 환심살만한 공약으로 메우겠단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히 조합은 현재 교육환경영향평가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할 인근 세화고교 재단과 갈등을 빚는 상황인데, 현대건설 측은 ‘세화 재단과의 합의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자사가 부담하겠다’며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의 직인이 찍힌 공문을 조합원들에게 SNS를 통해 발송했다. 세화재단은 교내 체육관 건립 등을 요구중이어서 최소 수십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다. 정부가 최근 분양가상한제 발표 등으로 분양가 규제에 나서며 조합의 수익성이 떨어질 게 우려되자 현대건설은 조합이 원할 경우 후분양제를 실시하겠다고 제시했다. 지금까지 대다수 건설사들은 기존의 관행, 건설비용 마련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등에 따라 선분양하며 계약금 등으로 공사비용을 충당해오며 후분양제를 반대해온 것에 견주어보면 매우 파격적인 제안이다. 조합의 수익성 보전을 위해 건설사 스스로 해결사를 자처하는 셈이다.

현대건설은 자금력을 앞세운 돈줄 풀기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안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이주비와는 별개로 세대당 총 7000만원씩 이사비용을 무상 지급하거나 5억원을 무이자로 대여해주겠다고 공언했다. 교육재단과의 합의비용, 후분양제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이사비용 모두 경쟁사인 GS건설은 물론 대다수 건설사가 약속한 적 없는 파격적 수준이다. 이외에도 향후 미분양분이 발생할 경우 현대건설이 일반분양가로 책임인수를 하겠다고까지 밝혔다.

조합원을 비롯한 건설업계는 현대건설의 파격적 공약에 관심을 갖다가도 실현가능성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당장 7000만원씩 이사비를 지급하는 것만도 2200세대가 넘는 전 세대로 따지면 1500억원이 들어 휴유증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이익을 좆는 건 기업의 본질 아니겠나. 선물제공 등의 비용도 추후 시공비에 녹이는 눈속임일 뿐이다. 시공사 선정을 마치고나면 공약 이행여부를 두고 조합과 시공사의 갑을관계가 뒤바뀌기 마련인데, 조합은 조삼모사에 넘어가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공사가 제시한 내용들을 특약사항으로 담는 등의 방법으로 시공사가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전력질주할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 등을 조합이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973년 지은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는 재건축 사업을 통해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5388가구(전용 59~212㎡)로 탈바꿈한다. 앞서 GS건설과 현대건설이 1500억원 규모의 입찰 보증금을 내고 입찰서를 제출했다. 

 

현대건설이 조합에 제출한 교육환경영향평가 지원 약속 공문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