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많은 대학가 주변도 ‘썰렁’…영세 수제햄버거집은 더 ‘울상’

지난 7월 대형 햄버거 판매업체인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렸다는 4세 여아 사연이 전해지면서 이른바 햄버거병논란이 불거졌다. 그로부터 두달여 만에 다시 ‘햄버거포비아(햄버거공포증)’이 재발했다. 이번에는 맥도날드 불고기버거를 먹은 초등학생들이 집단 장염 증상을 보인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해당 불고기버거를 판매한 매장에서 햄버거용 재료와 내부 자료 등을 수거해 조사에 착수했다.  맥도날드도 지난 2일부터 전국 모든 매장에서 불고기버거 판매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즉각적인 판매 중단 조치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은 모양새다. 잇따르는 햄버거병 논란에 “햄버거 먹기 무섭다는 말들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터져나왔다. 그렇다면 실제 맥도날드 매장의 분위기는 어떨까

 

지난 3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맥도날드 매장 메뉴판에 더블 불고기 버거 품절 스티커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1

기자는 5일 점심시간 무렵 서울 명동에 위치한 맥도날드 한 매장을 찾았다. 단층이지만 넓은 매장에 손님은 스무명 가량 있었다. 한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직원 1명이 주문을 받고 있었고 서너명이 줄 서 있었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고객은 요즘 이런저런 일 때문에 햄버거 먹기는 어쩐지 꺼려진다​면서도 “외국에만 팔던 신제품이 우리나라에도 나왔다고 해서 먹으러 왔다고 말했다. 

 

이 매장에서 400m 가량 떨어진 맥도날드 매장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고객 1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1층 매장은 손님들이 꽉 차 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반면 70석 이상 마련된 2층에는 대부분 자리가 비어있고 드물게 손님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2층 매장도 외국인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대학가 주변 매장은 어떨까. 대학 밀집 지역인 마포구에 위치한 맥도날드 매장 사정도 앞선 두 매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점심시간을 조금 넘긴 오후 130분이었지만 매장 안은 썰렁했다. 냉랭한 여론을 증명하듯 혼자 간단하게 끼니를 챙기는 대학생 10명 남짓이 매장을 찾은 손님의 전부였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장염 원인이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집단 발병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선제적으로 판매 중단 조치를 결정했다면서 판매 중단 조치가 취해진 지 며칠 지나지 않았다. 실제 판매량 변화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판매가 잠정 중단된 불고기버거 판매 재개와 관련해서는 식약처 조사 결과 발표 시기는 알 수 없다. 이후 지켜봐야 하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두차례 발병 논란으로 촉발된 ‘햄버거포비아’(햄버거혐오증)가 비단 맥도날드에만 국한하지는 않고 있다. 문제는 수제버거를 판매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까지 그 타격이 간다는 데 있다

 

햄버거 관련 질병 사례가 계속해서 나오면서 맥도날드에 대한 불신이 햄버거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거대 자본을 지닌 대형 업체보다 이들이 입는 타격이 더 크다는 이야기들도 전해진다. 

 

​실제 수제 햄버거를 판매하는 자영업자도 이를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서울 동대문구에서 수제버거집을 운영하는 윤아무개씨(39)는 맥도날드는 햄버거 말고도 커피, 아이스크림, 파이 등 다른 음식들도 많이 판다면서 하지만 동네에서 수제버거를 파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게 아니다. 오로지 햄버거만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아무래도 이전보다 손님이 확연히 줄었다면서 고충을 털어놨다.  

 

3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맥도날드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