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스크·추경 등 영향 아직 구체화 안돼…금리인상은 "뚜렷한 성장세 확인될때"

31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경제 성장률 3% 달성,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불거진 경제 성장률 논란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8일 국회에 “추가경정(추경)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한국 경제는 2% 후반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보고했는데 이를 두고 한은이 올해 3% 성장은 어렵다고 못박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었다.

이 총재는 3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기자설명회에서 “지난 7월 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2.8%로 내다봤다. 그 이후에 한반도 지정학적 문제라든지 등 여러가지 여건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실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시간을 두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상·하방 리스크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구체화 되면 경제 성장률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받는 가계 부채 문제에 대해선 “단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착륙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가계부채 문제만을 위한 금리 인상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일 때만 기준 금리를 올리겠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 “경제 성장률 3% 불가, 단언 일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 총재는 “7월 이후 성장세를 부추길만한 추경 등 상방리스크가 있는가 하면 실물 경제를 위축시킬만한 북핵 문제 등 하방리스크가 존재했다”며 “이 모든 리스크를 이 시점에서 전망해 반영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시기적으로 짧았던 데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지금도 진행중이고 예단하기 쉽지 않다. 추경집행도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이 모든 상황을 좀더 데이터와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이유때문에 현재로서는 2.8%다, 2.9%다 구체적 수치를 내놓기는 여러가지 어려운 요인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국은행이 3% 경제성장률 달성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못박은 것 아니냐는 해석에 따른 대답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현안보고’에서 한국 경제가 추경에도 올해 2%대 후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추경을 제외하고도 2% 후반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7월 전망에서 후퇴한 것이다. 이에 정부가 내놓은 3% 성장률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한은의 판단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한은은 추경 등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 있지만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미·중과의 교역여건 악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 요인도 많아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북한이 7월 28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이후 크게 부각됐다. 이후 미국과 북한이 강경한 태도로 맞서자 전쟁설이 퍼지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냉각됐다. 여기에 기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 등이 겹치면서 미·중과의 교역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된 상황이다.

◇ “기준금리 인상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일 때만”

이주열 총재는 기준 금리 인상에 대해 ‘뚜렷한 성장세’가 확인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3% 경제성장률이나 2% 물가수준 등 정형화된 수치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뚜렷한 성장세는 단일 수치, 정형화된 수치로 판단할 수 없다고 본다”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기 흐름과 물가가 지속적이냐 하는 데 있다. 경기 성장이 기조적이고 나아가 수요 압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이 선다면 뚜렷한 성장세에 부합하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가계부채와 관련되서도 일관된 모습이었다. 최근 청와대 한 인사가 “기준금리가 연 1.25%인 상황은 좀 문제가 있지 않냐”고 언급하며 금리인상을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가계부채 총량을 잡기 위해선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시각에서 나온 말이었다.

이 총재는 이날 “금리 올릴 때 가계부채 를 위축 시키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 계량적인 분석은 많이 해놨다”면서도 “가계부채를 너무 급격히 줄일 경우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가계부채 문제는 단기에 끝낼 것이 아니라 장기인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는 단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요소로 기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회에서도 “금리는 금통위원들이 여러가지 경제상황을 종합해서 결정을 내릴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9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현행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는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이후 14개월 연속 동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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