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깨고 파기환송…"업무·발병 인과관계 있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햇빛이 비치고 있다. 2017.8.22 / 사진=뉴스1

삼성전자 LCD공장 노동자에게 생긴 희귀질환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9일 이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씨는 고교 3학년이던 2002년 11월 삼성전자 LCD 천안공장에 입사해 4년 3개월간 LCD 모듈 검사과에서 패널 화질 검사 업무를 담당했다. 이씨는 2003년부터 아토피성 결막염과 자율신경 기능 장애를 앓았고, 원인 불명의 가슴 통증과 관절염도 얻었다. 그는 2007년 2월 퇴사했지만 이후에도 마비 증세가 이어졌고 오른쪽 시력까지 잃었다. 2008년 6월엔 희귀질환인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았다. 다발성 경화증은 신경섬유가 서서히 파괴돼 근육과 장기가 마비되는 불치병이다.

이후 이씨는 2010년 7월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제출된 증거만으로 업무와 질병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공단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씨의 업무와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악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긍정할 여지가 있다”며 이씨 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씨는 입사 전 건강 이상이나 가족력 등이 없었는데도 다발성 경화증의 평균 발병 연령인 38세보다 훨씬 이른 21세 무렵 다발성 경화증이 발병했다”면서 “삼성전자 LCD 사업장과 이와 근무환경이 유사한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다발성경화증 발병율이 한국인 전체 평균발병율 등에 비교해 유달리 높다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관관계를 인정하는데 유리한 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역학조사에서 유해화학물질 노출 정도에 대한 확인이나 측정·조사가 이뤄지지가 않았다”면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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