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한 청탁, 朴·崔 공동정범, 미르·K재단 출연금 등 입증 강화 필요

박영수 특별검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017.8.7 /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뇌물공여 상당액이 무죄로 판단되는 등 박영수 특별검사 측도 만족할 만한 결과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특검은 부정한 청탁의 존부(存否),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공동정범’ 관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등 무죄 부분 입증을 보완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은 제3자 뇌물죄의 구성요건이자 단순 뇌물죄에서 대가성 판단의 근거가 되는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특검의 공소사실과 달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해소,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설립 등 ‘개별적 현안’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해서만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각 단순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 판례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성립하기 위해서 청탁의 대상(승계작업)이 되는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에 대해 공무원과 이익 제공자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1심은 박 전 대통령이 정부 기관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된 보고서를 통해 삼성의 승계문제를 인식했고, 이 부회장 역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일가 등의 관계를 인식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삼성의 승계문제를 인식한 박 전 대통령이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을 이 부회장에게 요구했고, 이 부회장은 승계 작업 문제 해결에 대통령의 지원을 기대하고 이에 응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1심의 이 판단이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 판단에 맡기는 ‘자유심증주의’에 근거한 것이고, 법관에 따라 달리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 측이 오히려 부정한 청탁의 내용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특정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검은 그동안 묵시적 청탁뿐만 아니라 명시적 청탁도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특검은 포괄적 현안에 대한 증명을 강화하는 한편, 1심에서 모두 인정되지 않은 개별적 현안에 대해서도 청탁이 존재했음을 입증할 근거들을 강화할 전망이다.

특검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명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보고 있는 입장”이라며 “(포괄적 현안만 인정한) 1심 판단을 검토해보고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재판에서부터 미리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공동정범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도 특검에게 남겨진 과제다.

1심은 정유라씨가 삼성 측의 승마지원을 받은 게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단순수뢰죄’에 해당한다며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아닌 최씨가 받은 돈도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봤는데 두 사람의 ‘공동정범’ 관계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오래 전부터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맺어온 점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정 운영에 최씨의 관여를 수긍하고 의견을 반영하는 관계에 있었던 점 ▲이 부회장과의 독대해서 승마지원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지원이 미흡한 경우 이 부회장을 강하게 질책하고 임원 교체도 구체적으로 언급한 점 ▲승마지원 이후 박 전 대통령이 감사의 마음을 전한 점 등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간접적인 여러 사실을 바탕으로 공모관계를 추론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두 사람을 공동정범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적 공동체’라는 모호한 개념이 완전하게 입증되지 않은 부분도 논란의 여지로 남아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두 사람의 공모사실을 인정하려면 범행을 계획하고 역할을 나눠 실행하는 등 단계적인 범행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면서 “이 사건에서 이 같은 내용이 증명됐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심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신문이 이뤄져야 논란의 여지가 최소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20억원이 무죄로 판단되는 등 공소사실 433억 중 89억여원만 유죄로 인정된 것도 특검이 보완할 부분이다. ‘(재단 출연금은) 일반적인 관행이고 청와대와 전경련이 주도했다’라는 1심 판단은 ‘강요에 따른 피해자’라는 삼성 측 논리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항소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두 재단 출연금의 뇌물성 여부가 이 부회장의 사건을 넘어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특검은 그 논리를 더 강화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편, 이 부회장의 사건 항소장 제출 기한은 다음달 1일이다. 이날 이 부회장 측은 판결에 불복, 항소장을 제출했다. 특검 역시 판결에 불복해 이번주 내에 항소장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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