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물러날 가능성도…과징금 등 리스크도 산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8.25 /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삼성전자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날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책임경영을 이유로 지난해 9월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취임한 바 있다.

 

삼성그룹 역시 천문학적 과징금과 함께 해외 유망기업 인수·합병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이 정한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특정경제범죄법은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한다면서 이 부회장의 횡령 범죄 혐의가 이 법률에 저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당연 퇴직은 대법원 확정판결이 전제돼야 하지만, 그전에 이 부회장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재벌 총수들은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옥중경영이 가능하지만, 기업경영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법적 지위와 책임을 갖는 등기이사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20142월 파기환송심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그룹 7개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모두 내려놓았다. 그는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에 따라 방위산업체인 ()한화의 등기이사 자리에서만 물러나면 됐지만 책임을 지고 나머지 6개 계열사에서도 모두 사임서를 제출했다. 횡령·배임 등 혐의로 4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던 최태원 SK 회장 역시 4개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았다. 동생 최재원 부회장도 2개 계열사의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그룹 오너가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장악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자리에 연연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유죄 판결에 대한 반성의 의미 등으로 스스로 물러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의 리스크는 더 크다. 이 부회장의 유죄 판결은 국제적인 그룹 평판을 넘어 과징금과 제재 등 실질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뇌물을 제공하는 것을 제한한 해외부패방지법’(FCAP)은 미국에 각종 법인이 있는 삼성그룹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에 대한 유죄 판결이 FCAP제재로 이어지면 삼성은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내야 하는 것은 물론, 미국 연방정부와 사업이 전면 금지된다. 중국과 인도 등도 강도 높은 부패방지법을 운용 중이어서, 삼성은 미국을 넘어 글로벌 사업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삼성은 또 향후 해외 유망기업과 인수·합병(M&A)을 추진할 때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피인수 대상 기업이 반발하거나 핵심인재들이 이탈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20153, 지난해 6건의 주요 M&A를 진행했지만 이 부회장 기소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대규모 투자나 M&A에 큰 영향을 끼친다면서 이 부회장에 대한 유죄 판결은 삼성의 장기적인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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