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등 은행사측 노조와 갈등 서둘러 봉합…'진정성 없다' 비판도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KB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 국민은행지부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노조 선거 개입을 규탄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일어난 파행은 은행장으로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 부덕의 소치다. 임직원이 입었을 마음의 상처에 위로를 드린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관리에 노력하고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부당노동행위 개입 의혹을 사과하며 지난 22일 국민은행 전직원을 대상으로 보낸 사과메일 내용이다.

윤 회장은 KB금융 전직원 사과와 함께 노조 측 요구에 따라 KB국민은행 전 경영지원그룹 부행장이었던 이오성 KB데이터시스템 대표와 HR본부장이었던 김철 부산지역영업그룹 대표를 해임했다. 회사 측은 해당 임원이 일신상 이유로 물러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노조와 조직 내부에서는 노조 선거 개입 의혹으로 인한 해임으로 보고 있다.

해당 임원들은 지난해 실시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 지부 노조위원장 선거에 박홍배 노조위원장의 당선을 막기 위해 직원들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지난달 26일 KB국민은행 지부가 서울남부고용노동청에 선거개입 관련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내자 사측이 전향적 태도 변화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는 11월 윤종규 회장의 연임 이슈가 있어 윤 회장과 사측이 미리 노조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새 정부가 노조 탄압을 반대하는 입장으로 은행 입장에선 노조와 대립하기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 요구를 수용하고 논란을 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윤 회장이 11월 연임을 앞두고 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노조와 각을 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노조 설득이 필요하다는 걸 윤 회장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올해 KEB하나은행은 노조의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진정과 관련해 진통을 겪은 바 있다.

하나은행 노조는 지난 5월 100억원가량의 임금 체불과 인사 발령 고의 지연, 노조선거 개입 등을 이유로 고용부에 사측을 고소·고발했다. 이에 KEB하나은행은 노조가 요구하는 보로금을 지급하고 노조 전임자를 발령하며 상황을 마무리했다.

 

박진회(왼쪽) 한국씨티은행장과 송병준 노조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조인식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씨티은행 노동조합
올해 상반기 대규모 점포 통폐합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한국씨티은행도 노조의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노조는 쟁의행위에 들어갔고 사태는 금융권에서 정치권으로 번져갔다. 이에 사측은 내부 갈등을 풀기 위해 노조와 만나 요구를 수용하고 합의에 나섰다.

이에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지난달 14일 송병준 노조위원장을 만나 2016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조인식을 열어 합의안에 서명했다. 합의안에는 통상임금 2.7% 인상(지난해 1월 기준 소급), 계약직 347명 정규직 전환, 고용보장 및 강제적 구조조정 금지, 오후 5시 'PC 오프' 제도 신설, 10영업일 연속 휴가 도입 등의 내용이 반영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은행권의 정권 눈치보기가 본격 시작된 것"이라며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노사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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