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 전망 우세…공익과 사익 비교평가가 ‘핵심’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대구 북구 제일모직 부지에 조성될 대구 창조경제단지 부지를 방문해 이인용 사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14.9.15 /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 재판 생중계가 불발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의 향후 판단도 주목받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특수 신분과 국정농단 사건 중심에 선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과 달리 생중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25일 오후 예정된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선고 재판 촬영·중계를 불허했다.

핵심은 생중계로 실현될 수 있는 ‘공공의 이익’과 삼성 전·현직 임원들이 입게 될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이나 손해 등 ‘사익’을 비교 형량해 봤을 때 공익이 상당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당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다는 것으로, 공익과 사익을 정량적으로 비교한다기보다는 사익을 침해해도 될 만큼 공익이 월등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또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1심 유·무죄 결과가 대중에게는 확정 판결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재경지법 한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전직 임원 4명의 선고를 분리해 진행할 수 없는 상황과 무죄추정원칙 등을 고려했을 때 재판부의 이번 결정이 재량의 범위를 넘었다고는 보기 어렵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10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박 전 대통령의 선고 재판 생중계도 어려운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의 의견을 종합하면 공직자였던 박 전 대통령을 이 부회장과 같은 수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 외에도 직권남용과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등 공직자의 의무를 저버린 범죄 혐의점들이 많다”면서 “이 부회장의 사건보다 더 공적이고 국민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을 심리하는 재판부는 지난 5월 23일 열린 첫 공판에서 언론에 사진·방송 촬영을 허가했다”면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판단이 종전과 달라졌을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인용 결정도 전국적으로 실시간 중계됐다”면서 “이 재판은 탄핵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생중계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 회장(국립인천대 교수)은 “근본적으로 방송 여부에 관한 판단이 담당 재판부에게 일임돼 있어 재판부마다 다른 해석을 할 여지가 크다고 본다”면서도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현재 국민들의 법감정을 고려해 공익이 사익을 우선하므로 선고심 재판의 경우 방영이 허용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백 회장은 또 이 부회장의 선고 재판 생중계가 불발된 것과 관련해서는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제4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의 동의 여부에 불구하고 촬영 등의 행위를 허가함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허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 재판부가 상당성이 없다고 판단한 근거가 빈약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법관 출신의 한 중견변호사는 “헌법 109조와 법원조직법 57조는 재판과 심리, 판결을 공개하라고 규정돼 있고, 최근 선고 재판 생중계를 허용한 대법원의 규칙 개정도 이런 취지에서 진행된 것”이라면서 “2013년 대법원이 ‘대법원에서의 변론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공개변론을 중계하는 것처럼 국민의 알 권리를 확대해야 한다는 추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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