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경영상 판단, 배임 아냐” 민사 결론…형사소송과 구속력 없어 향방 미궁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16일 서울 마포구 효성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2017.1.16 / 사진=뉴스1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의 장·차남이 민·형사 소송을 주고받으며 ‘형제의 난’을 벌이는 가운데 장남 조현준 회장이 먼저 웃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판사 부상준)는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형 조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매매·임대업체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최현태 대표이사를 상대로 제기한 7억원대 손배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트리니티 주식 10%를 보유한 조 전 부사장은 트리니티가 효성의 또 다른 계열사인 갤럭시아포토닉스 주식을 비싸게 사들여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고 대표의 배임이라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냈다.

이번 사건은 조 전 부사장이 효성그룹 상무인 최 대표를 당사자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지만, 내막은 형인 조 회장과 동생 조현상 효성중공업PG 사장을 겨냥한 것이다.

트리니티는 효성가 3형제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회사로 최 대표의 책임이 인정될 경우, 다음 화살은 자연스럽게 조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사장에게 겨눠지게 된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20119월 회사를 떠났다. 이유는 조 전 부사장이 회사 구매입찰 과정에 공정성을 제기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당시 효성 측은 조 전 부사장이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이의를 제기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후 조 부회장은 2014년 6월 트리니티와 또 다른 계열사 (주)신동진의 대표를 맡고 있는 최 대표를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한다. 조 부회장은 고발장에서 “트리니티와 신동진이 갤럭시아, 골프포트, 더프리미엄효성에 재산상 이익을 준 것은 최대주주인 조현준과 조현상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을 통해 ‘효성의 잘못된 경영 행태에 반대하다 밉보여 쫓겨났다’, ‘나 자신은 등기이사로 이름만 등재됐을 뿐 동생과 형이 독단적으로 회사를 경영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지난달 27일 조석래 전 회장과 조 회장, 조 사장을 비롯해 효성 사내이사 5명을 고발한 사건도 있다.

당시 참여연대는 갤럭시아의 재정상태가 어려워 효성 사내이사와 주주들에게 손해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이들이 갤럭시아 측에 이익을 주려 약 545억원 규모의 주식을 인수하게 했기에 업무상배임죄가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중이다.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참여연대에 해당 정보를 흘렸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조 전 부사장은 부인하며 펄쩍 뛰었다는 후문이다.

효성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트리니티와 신동진의 투자가 적법한 경영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 전 부사장은 이번 민사판결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형사소송의 향방은 알 수 없다. 민·형사소송의 결론은 다를 수 있고 서로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밖에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을 공갈미수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도 있어, 당분간 효성 형제들의 다툼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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