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투자한 민자도로 운영법인 중심으로 손실액 높아…통행료 인하시 도공 재정손실 확대 우려

표= 조현경 디자이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도로‧철도 등 교통의 ‘공공성 강화’를 추진하면서 한국도로공사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다. 서울~세종 고속도로 재정전환, 민자도로 통행료 인하 등에 있어 도로공사가 중추 기관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토부의 이같은 공공성 강화가 도로공사의 재무성 악화란 칼날로 돌아올 수 있단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적자늪에 빠진 도로공사 지분투자회사… 통행료 인하 직격탄 우려

도로공사가 지분을 투자한 법인은 자회사 1곳, 출자회사 7곳을 포함해 지난해 기준 총 8곳이다. 이는 지난 2014년 15곳에서 절반 가까이 줄은 결과다. KR산업, 대보정보통신, 행담도개발, 연변우호상무 유한공사 등이 제외되면서 도로공사의 지분투자 법인이 대폭 감소했다.

지분투자 법인이 줄었지만 이들 업체는 여전히 적자 늪에 빠져있다. 지난해 기준 8개 지분투자 법인의 총 순손실은 36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 순손실액인 153억원 대비 76.5% 가량 대폭 감소한 실적이다.

다만 해당 법인에 지분을 투자한 도로공사의 손실액 감소폭은 그리 높지 않다. 지분율을 대입해 추산한 도로공사가 부담할 순손실액은 지난해 기준 128억원에 이른다. 1년새 15.9% 줄어드는 데 그쳤다.

투자‧출자회사의 손실액 대비 도로공사의 부담액이 더 큰 데는 지분율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높은 지분을 가진 회사는 손실액이 큰 반면, 낮은 지분을 가진 곳은 순이익이 적어 역설적으로 도로공사가 부담해야 할 손실액은 더 커졌다. 지분율 51%를 지닌 부산울산고속도로의 경우 지난해 도로공사가 짊어져야 할 손실액이 149억원으로 전체 순손실 총합을 넘겼다.

민자고속도로 운영주체를 중심으로 순손실 규모가 크다. 고속도로별로 ㈜부산울산고속도로는 부산~울산고속도로를, ㈜서울춘천고속도로 서울~춘천고속도로, ㈜서울북부고속도로는 구리~포천 고속도로를, ㈜제이경인연결고속도로는 안양~성남 고속도로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민자도로 운영사는 통행료 수입을 통해 수익을 거둔다. 다만 높은 이자비용 등의 이유로 적잖은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이뤄진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인하를 시작으로 이들 민자고속도로도의 수익악화가 가속화될 수 있단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여권에선 민자도로 통행료 인하 여론확대를 위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10일 ‘민자도로 20년, 통행료 인하와 국민중심 개선방향’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가졌다. 또 도로공사가 지분을 지닌 법인들이 운영하는 고속도로 소재 지자체를 중심으로 통행료 인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이는 매출액의 70% 이상을 통행료 수익에 의존하는 민자도로 운영법인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지분투자 주체인 도로공사의 손실확대를 부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재정전환에 따른 총 공사비가 6조2336억원 규모다. 이중 90%를 도로공사가 부담한다. 도로공사가 공채를 발행해 사업비를 조달한다고 알고 있다”며 “이는 결국 도로공사의 부채확대를 부른다. 민자도로의 통행료 인하가 유력한 상황에서 지분투자 법인의 손실확대와 더불어 도로공사 재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