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이사관 3명 본부 근무…박능후 장관, 인사혁신 약속 지킬지 주목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조만간 단행이 예상되는 보건복지부의 국장급 인사에서 비고시 출신 공무원이 승진할지 주목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비고시 출신을 적극 발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일 관가와 복지부에 따르면 장관이 비교적 일찍 임명돼 취임한 부처들은 고위직 인사를 마무리했거나 진행 중이다. 반면 박능후 장관이 타 부처에 비해 늦게 취임한 복지부의 경우 실장급 인사를 시작으로 고위직 인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실장급 인사는 이번 주로 예상되며, 복지부는 아직 국장급 승진자 초안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은 상태다. 국장급 승진 즉 고위공무원단 진입은 대통령이 직접 발령을 내기 때문에 청와대 인사검증과 검토작업을 거치게 된다.

 

이번 복지부 국장급 인사에서 비고시 출신이 국장으로 승진할 수 있을 지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관측은 현재 복지부 고위직 구성과 관련이 있다.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복지부 본부의 국장급은 총 21명이다. 이중 공석인 장관정책보좌관을 제외하면 20명인데, 현재 17명이 행정고시 출신이다. 외교부와 인사교류를 진행하는 조태익 국제협력관은 외무고시 출신이다

 

반면 비고시 출신은 최태붕 비상안전기획관과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 등 2명에 불과하다. 이 두 자리는 관행적으로 비고시 출신이 임명되는 보직이다. 비상안전기획관은 군 출신이 임명돼 왔으며, 공공보건정책관은 업무 특성상 의사 출신 공무원이 근무해온 보직이다.

 

결국 순수하게 능력과 실력을 인정 받아 국장급으로 승진해 일하는 비고시 출신은 사실상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장급에 7급 공채 출신은 아예 없다

 

박 장관은 지난달 하순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인사혁신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박 장관은 “직급에 관계없이 소신 있게 자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 주는 게 장관 책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시-비고시 차별과 관련, 공무원 승진 시기마다 고시 출신끼리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구시대적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비고시 인력이 소외되지 않도록 균형적 시각으로 능력을 갖춘 인재를 적극 발탁해 인사 공정성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현재 복지부 본부에서 묵묵히 일하는 비고시 출신 부이사관(3) 과장 3명에 관심이 집중되는 현실이다. 부이사관은 국장급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직급이다. 4급인 서기관과 같이 주로 과장급으로 일하며, 일종의 선임 과장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우선 7급 공채 출신 이태근 운영지원과장은 1960년생이다. 마산고와 한국외국어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했다그는 보험약제과장과 정신건강정책과장, 보험평가과장, 감사담당관 등을 역임했다. 주로 건강보험 파트에서 경력을 쌓은 관료다. 이 과장은 박 장관이 강조한 소신을 행정에서 구현하려다 오히려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고 좌천당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 2010년 보험약제과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당시 전재희 복지부 장관이 추진했던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도(저가구매인센티브) 도입을 반대하다 경질과 동시에 좌천됐다. 당시 제도 도입을 추진했던 태스크포스 임종규 단장과 당당하게 언쟁을 벌인 모습은 소신 있게 자신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과장은 지난해 촛불집회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국정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79학번으로 한국외대에 들어가 운동권으로 활동하며 사회개혁을 부르짖은 것은 현 정부 성향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약무직 출신 맹호영 통상협력담당관은 서울대 약대(81학번)를 졸업한 공무원이다. 1961년생인 그는 부광약품 근무를 거쳐 복지부에서 31년간 근무해왔다. 이 과장처럼 역시 보험약제과장을 거쳤다. 기초의료보장과장과 요양보험운영과장, 보건복지인력개발원 파견 등도 역임했다. 부이사관 승진은 지난 201410월에 했다

 

복지부에서 숫자가 많지 않은 약무직 출신들 중 최고 선배이며, 보건의료 관련 부서들을 두루 섭렵했다. 한미 FTA협상 때 전만복 당시 국장과 함께 복지부 FTA 협상실무대표단으로 활약한 경험도 있다. 그 때 경험으로 영어에도 능통하다.

 

김혜선 요양보험제도과장은 과장특채로 복지부에 입부한 흔치 않은 사례다. 민간전문가로 활동한 경험을 인정 받아 복지부에 들어온 김 과장은 지난해 7월부터 현재 보직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최근에는 장기요양기관 종사자 3년 이상 근속 시 장려금 지급 정책 등 현안에 매달려왔다. 복지부에서 사회보장제도과장과 기초의료보장과장 등을 역임했다.

 

이처럼 복지부 본부에서 근무하는 부이사관 3명을 추려봤지만 비고시 출신의 국장급 승진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숫자도 적고 행시 출신이 비중 있는 보직에서 활동하는 등 구조적으로 불리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 이번 인사에서 국장급 승진자의 숫자는 비고시 출신들에게 의미 있는 변수다. 현재 기획조정실장이 공석이기 때문에 국장급 승진자는 최소 1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예상대로 복지부 최성락 복지행정지원관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으로 영전해가면 승진자는 최소 2명이 될 수 있다. 비고시 출신들에게 기회가 상대적으로 커지는 것이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인사권을 갖고 있는 장관도 비고시 출신이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기 때문에 중용은 쉽지 않은 형국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내세웠기 때문에 그동안 정부와는 다른 인사혁신을 할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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