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문 대통령 관람 이후 흥행 가속 눈길

이미지=김태길 디자이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전에 영화 ‘택시운전사’ 관람을 위해 극장을 찾았습니다. 주연배우 송강호 씨와 유해진 씨, 그리고 장훈 감독이 대통령 왼편으로 나란히 이어 앉아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대통령 오른편에는 영화 속 주인공의 실존 모델인 독일 기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가 앉았습니다.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광주민주화항쟁 정신의 계승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평소 철학이 잘 반영된 선택이라는 해석도 잇달았습니다. 문 대통령이 경쟁작인 ‘군함도’가 아닌 택시운전사를 택한 걸 주목하는 시선도 나왔습니다.

기자는 흥행의 관점에서 이 후일담을 살펴봤습니다. 문 대통령 관람 이후 한번 곱씹어볼 만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 영화계 인사에게서 이런 해석을 들었습니다.

이 인사는 “대통령의 관람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물론 광복절을 앞두고 청와대가 전략적으로 택한 시점이겠지만 흥행과 관련해서도 효과가 아주 좋았다. 3주차가 되면서 박스오피스에서 힘이 빠질 상황이었는데, 대통령 관람 후 이틀 간 100만명이나 관객을 모았다.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기회가 된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월요일이던 14일 택시운전사가 모은 관객은 일요일(68만명)과 큰 차이가 없는 50만 8700명이었습니다. 개봉 13일차인 걸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입니다. 광복절 관객 숫자는 57만 7000명이 넘었습니다.

물론 14일의 경우 다음날이 공휴일이었기 때문에 ‘완전한 평일’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비슷한 환경이라 할 수 있는 11일 금요일과 비교해볼까요? 11일 일일 관객 숫자는 38만 2000명입니다. 뒷날이 공히 휴일인 11일과 14일의 차이점이라면, 글쎄요 아무리 생각해도 대통령의 관람 여부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CGV 영화관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현장을 전 세계에 보도한 故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80)와 함께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하기 앞서 장훈 감독과 배우 송강호, 유해진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개봉 만 2주를 하루 넘긴 17일 목요일에도 택시운전사는 일일 17만 관객을 모았습니다. 전날 20만 관객이 들었던 걸 고려하면 안정적인 연착륙을 하고 있다고 봐야할 겁니다. 여기에까지 ‘대통령 관람효과’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힘들겠지만, 어쨌든 업계 입장에선 희소식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YTN, 문화일보, 중앙일보가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84%에 육박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집권 후반기였더라도 이런 효과가 나타났을까요? 벌어지지 않은 일이라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 4년차이던 2016년 8월 20일 토요일에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공개적으로 관람했습니다. 물론, 흥행 스코어에는 별다른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습니다. 박 전 대통령 관람 다음 날은 일요일이었는데도 전날보다 관객이 겨우 2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였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기자의 ‘비과학적 추론’이라는 점은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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