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씨네큐 경주 1호점 개장…3강과 격차, 시장정체 탓에 추격 녹록치 않아

씨네큐 1호점이 24일 경주에 개장한다. / 사진=NEW

국내 멀티플렉스 업계는 오랫동안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3각 체제를 유지해왔다. 단관 극장들의 간헐적 도전은 있었다. 하지만 유의미한 파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영화관은 매몰비용(sunk cost)이 큰 사업이다. 초기에 과감히 투자하고 그 기반 위에서 고객영업을 극대화해야한다는 뜻이다. 단관으로 멀티플렉스 아성에 도전하기엔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NEW의 멀티플렉스 도전은 업계를 들썩이게 하는 이야깃거리다. NEW는 국내 투자배급시장 메이저 4강 중 유일한 ‘독립기업’이다. 나머지 3강이 CJ, 롯데, 오리온 등 대기업 자본을 등에 업고 있어서다. 2008년 김우택 대표가 창업한 NEW는 10년이 안 돼 부가판권, 음악유통, 콘텐츠제작, 스포츠 매니지먼트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첫 제작 드라마 ‘태양의 후예’ 효과는 한반도 바깥 시장까지 강타했다. 일본에는 20억원에 수출됐고 중국에는 회당 25만달러(한화 2억 8500만원)에 선판매되는 등 총 30여 국에 팔렸다.

NEW의 새 도전은 경주에서 시작된다. NEW에 따르면 ‘CINE Q’(씨네큐) 1호 경주 보문점은 오는 24일 개장한다. 보문은 경주 최대 관광단지 중 하나다. 총 6개 상영관, 773석 규모도 경주 내 멀티플렉스로는 최대규모다.

보문점은 복합문화시설인 지티랜드에 입점했다. 이 입점의 의미는 작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출점이 늘고 있는 배경에는 쇼핑몰 등 상권이 들어오면 영화관도 함께 들어오길 원하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멀티플렉스의 최근 개장 문법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뜻이다.

실제 지티랜드는 약 300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주차타워를 보유하고 있다. 복합상권으로 바뀌고 있는 점도 대형호재다. 앞으로 이곳에는 쇼핑매장, 레스토랑, 뷰티샵, 공연장, 갤러리부터 대규모 메디컬센터 등이 차례로 입주할 예정이다.

사소하지만 기존 3강과의 차별화를 강조한 대목도 눈에 띈다. 씨네큐 모든 상영관에는 양팔걸이 좌석이 배치됐다. 열과 열 사이 간격은 일반 상영관보다 10cm 이상 넓다. 이를 두고 NEW는 “특별관 수준의 편안함을 모든 좌석에서 차등요금제 없이 일반 가격대로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격인상 논란을 불러일으킨 기존 3강의 차등요금제를 꼬집은 셈이다.

개관을 축하하는 요량인지 올해 상반기 실적도 쏠쏠하다. NEW가 최근 금융당국에 제출한 반기보고서를 보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66억원과 12억 8800만원이다. 영화 ‘더킹’을 등에 업고 벌어들인 1분기 영업이익 37억원이 2분기 손실을 상쇄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매출이 391억원, 영업손실이 37억원이었다. 17일에는 기대작 ‘장산범’이 개봉했다.
 

씨네큐 1호점 내부. / 사진=NEW

물론 이렇게 벌어들이는 돈은 씨네큐에서 일정하게 ‘까먹어야’ 할 운명이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씨네큐 점포당 손익분기점 관객수는 연간 30만명 수준”이라면서 “개장 2년차부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안정적인 현금창출이 가능할 것이나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소폭적자를 전망한다. 개장 3년차부터 흑자전환을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이 분석에 기대자면 2019년 이전까지는 실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점차 전국 수준으로 개장이 이어진다는 점도 앞선 분석에 무게감을 더한다. 씨네큐 2호점은 올해 안에 경북 구미에서 개장할 예정이다. 이후 서울 신도림, 충북 충주, 전남 목포, 남양주 진접 등에 차례로 씨네큐가 열린다.

김우택 NEW 총괄대표는 “씨네큐 경영진의 풍부한 경험과 철저한 사전준비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의 문을 열게 됐다”며 “플랫폼을 확보함으로써 사업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NEW의 다양한 미디어콘텐츠의 확장성을 넓혀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NEW는 현재 진행 중인 하반기 신입‧경력 채용에서도 영화관 부문 본사, 보문, 구미 지점 인력을 뽑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영화관 사국지를 기대해볼만한다는 시각도 읽힌다. 아직 미미하지만 기대대로 성장하면 메기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이리되면 제작사나 非메이저 배급사 입장에서 협상력을 높일 여지가 생기리라는 전망도 있다. 상영횟수 확보의 관문이 늘어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3강에 위협이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리라는 전망에 무게감이 실린다. 업계 1위 CGV의 경우 2분기말 기준으로 세계 7개국에서 406개 사이트(스크린 수 3066개)를 운영하고 있다. 규모 차이가 아득하다는 의미다. 서정 CGV 대표이사도 지난달 18일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 나와 “NEW가 새로운 사업자로서 시장에 진출한다. 위기기도 하지만 보고배울 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후발주자로서 시장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CGV 국내 사이트가 140개를 넘어섰지만 해외 비중이 66%에 달하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국내 시장 자체가 더 이상 극장이 늘어날 여력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서 대표이사는 “롯데시네마나 메가박스도 지속 출점하고 있다. (하지만) 곧 국내서는 출점한계 상황에 다다를 것으로 본다. 국내시장이 포화다”라고 밝혔다.

제작경험이 있는 영화업계 관계자도 “스크린 숫자는 10년 전부터도 포화라고 이야기했었다. 국내 영화시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데 계속 늘고 있는 게 더 관찰 대상”이라면서 “NEW가 역량 있는 리더를 갖춘 기업이라 귀추가 주목되지만 이미 정체인 업계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가 가장 큰 난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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