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보다 조합에 우호적인 업체라는 이미지 각인…최종목표 ‘반포주공1단지’ 사업권 획득위한 포석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대형건설사들이 수년 전부터 공을 들여온 서울 서초구 반포본동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오는 10월 말 이뤄진다. 공사비만 2조6000억원이 넘고 기타 관련비용까지 더하면 총 7조원 규모로 역대 최대규모의 정비사업장이다. 건설사로서는 수익성 확보차원에서도 군침을 흘릴만하지만 강남재건축 1번지 시공권 획득이라는 상징성까지 거머쥐게 되는 만큼 대형건설사들이 시공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9대 건설사중 삼성물산을 제외한 나머지 8개사가 모두 수주전에 뛰어든 것만으로도 건설사들이 이 사업장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 지 드러난다. 그런데 현대건설은 이곳보다 입지적으로도, 수익성으로도, 상징성으로도 모두 열위인 서초구 방배동 방배5구역 정비사업권 획득에 더욱 매달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시공사 선정중인 방배5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파격적 공약을 내걸었다. 먼저 자사가 시공사로 선정되면 5일 이내에 조합에 10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신용등급이 6년 연속 최고수준인 것을 앞세워 자체 지급보증을 통해 미분양 우려를 줄일 것을 약속했다. 정부의 6·19 및 8·2 부동산 대책 발표로 개인이 중도금 납부를 위해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건설사 중도금 대출지급 보증은 미분양을 줄여 조합원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업계에서는 예정된 장재터널이 개통되면 방배5구역의 가치 급등이 확실한만큼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방배5구역은 1급지로 불리는 반포주공1단지 입지와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 특히 방배5구역 시공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입찰에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해 사실상 수주가 기정사실화 됐는데도 조합을 현혹할만한 공약을 남발하며 스스로 ‘을’의 위치를 자처하는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일부 대형건설사 정비사업 담당자들은 이같은 행보를 두고 현대건설이 강남의 조합원들에게 GS건설보다 자사가 우위에 위치해있음을 각인시키기 위한 차원의 마케팅이라고 분석한다. 앞서 방배5구역은 시공사로 GS건설(주간사)·포스코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했으나, 건설사 보증과 시공사가 대여해주기로 약정한 조합 운영비 등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발단이 돼 조합은 올해 초 전 시공사 측과 맺은 시공권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때문에 방배5구역과 GS건설은 소송을 진행중이다.

다시말해 현대건설은 자사가 이전 시공사들과는 다르다는 이미지 구축에 나선 것이다. 과거 시공사가 대여해주기로 약정한 조합 운영비 등이 계획대로 실천되지 않았던 만큼, 이번엔 약속을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또 조합이 GS건설 등 전 시공사들과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10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자사 신용등급순위가 GS건설의 A-(위험) 보다 3등급이나 우위에 있음을 앞세워 홍보했다. 한국신용평가가 나누는 기업 신용등급 순위는 AA-(현대건설 등급) > A+ > A > A-(GS건설 등급) 등의 순이다.

이로써 현대건설이 계획하는 최종 목표는 역대 최대 규모의 반포주공1단지 시공권 획득이다. 반포주공1단지 시공권에는 현재 국내 다수의 건설사가 목을 매고 있지만 분위기상으론 현대건설의 ‘디에이치’와 GS건설 ‘자이’ 2파전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때문에 현대건설로서는 GS건설 보다 자사가 조합원들을 믿고 따른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신용등급이 뛰어난 점을 부각하려는 차원에서 본보기로 방배5구역에 더 힘을 쏟았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건설사 정비사업분야 상품설계 담당자는 “방배5구역은 언덕에 위치한데다 사업규모도 반포1단지보다 크지 않음에도 현대건설이 열정을 갖고 임했다”라며 “조합과 마찰을 빚은 GS건설보다 조합에 신뢰를 사는 행위를 통해 현대건설의 우위를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컸을 것이다. 이를 발판삼아 반포주공1단지 등 반포 한강변 입지에 첫 진출하려는 차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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