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실적 부진에 영업이익 급감…빚 갚기 주력하며 현금유출 늘어

올 상반기 SK㈜(이하 SK)는 지난해보다 저조한 실적을 냈다. 매출은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지주회사 SK의 영업이익 30% 이상을 차지하는 자회사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관계회사인 SK하이닉스 실적 증가로 지난해보다 늘었다. 자산 상으로는 장·단기 차입금 상환이 늘면서 부채 비중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 SK 실적, 자회사에 울고 웃었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http://dart.fss.or.kr)에 제출된 2017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SK는 연결 기준으로 매출 45조303억원, 영업이익 2조8089억원, 당기순이익 2조737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8.5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68% 감소했다. 또 당기순이익은 36.9% 증가했다.

SK 연결실적은 SK 자체 사업에 종속회사(6월말 303개) 실적이 합쳐진다. SK가 사업지주회사인 까닭이다. 따라서 SK는 자회사가 어떤 실적을 내느냐에 따라 손익계산서가 달라진다. 상반기 보고서 기준 SK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 계열 42.14%, SK네트웍스 계열 19.41%, SK텔레콤 계열 16.47%, SK건설 계열 6.25% 등 순이다. SK 자체 사업 매출 비중은 3.75%에 그친다.

상반기 매출 증가는 SK이노베이션과 SK네트웍스 계열 덕을 봤다. SK이노베이션 계열 매출이 지난해 19조7384억원에서 이번에 21조9481억원으로 2조2097억원 증가했다. SK네트웍스 계열 매출도 8조8982억원에서 10조1091억원으로 1조2109억원 늘었다. 매출이 지난해보다 감소한 계열은 9개 부문에서 SK건설, SK해운이 두 곳뿐이었다.

반대로 영업이익 감소 역시 SK이노베이션 영향이 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SK 영업이익의 51.28% 수준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는데 올해 상반기엔 1조4254억원 영업이익을 내며 비중이 39.51%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조9643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 화학·윤활유 사업에서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지만 2분기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 정기보수 등으로 석유 사업이 부진했다.

매출 비중이 높은 SK네트웍스 계열은 마진율이 낮은 탓에 상반기 SK 영업이익 기여도는 1.36%에 그쳤다. 반대로 매출 기여도가 낮았던 SK 자체 사업은 상반기 영업이익 7352억원을 내 SK 영업이익 기여도(20.38%)가 높아졌다. 이는 자체사업인 IT서비스 부문, 홍콩 반도체 모듈 자회사 에센코어 영업실적이 개선된 영향을 받았다.

SK는 상반기 영업이익 감소가 당기순이익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분법이익이 늘어난 까닭이다. 일반적으로 지분율이 낮거나 지배력이 없으면 관계회사로 분류한다. 관계회사 실적은 자회사와 다르게 연결 합산 실적이 아닌 지분손익을 구하는 방식으로 당기순이익 실적에 반영된다. SK와 SK하이닉스가 이에 해당한다. SK는 SK하이닉스를 직접 지배하지는 않지만 SK텔레콤을 통해 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상반기 SK 지분법 이익이 늘어난 것은 SK하이닉스 등 관계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상반기 1121억원이었던 지분법이익이 올해엔 9983억원으로 증가했다. SK하이닉스 상반기 순이익은 4조36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341억원)과 비교해 6배가까이 늘었다.

◇ 빚갚는데 주력한 상반기

현금흐름으로 본 상반기 SK는 빚을 갚는 데 주력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상반기 4조6529억원 유입에서 3조83억원 유입으로 규모가 줄었다. 재고 자산이 늘고 매입 채무 감소(현금 유출) 등을 반영하는 운전자본 조정 과정에서 지난해(177억원 현금 유출)보다 올해 상반기 1조5951억원 현금 유출이 많아졌다.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에서도 올 상반기 2조824억원 현금 유출이 있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3140억원 유출에서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단기차입금을 갚은 규모가 지난해 1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8342억원 늘어난 영향이 컸다. 만기가 1년 미만으로 도래한 장기부채인 유동성장기부채 상환에도 지난해보다 4236억원을 더 썼다. 이밖에도 사채및 차입금, 장기미지급금에도 현금 유출이 지난해보다 많아졌다.

실제 재무재표 상에서 부채는 지난해말 60조7206억원에서 올해 6월말 57조3835억원으로 감소했다. 2조6141억원이던 단기차입금이 1조8193억원으로 줄었고 23조1335억원이었던 사채및장기차입금이 22조7343억원으로 감소했다.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지난해 3조5292억원 유출에서 올해 상반기 1조952억원으로 규모가 줄었다. 투자했던 단기 금융상품을 일부 회수했고 매각예정자산 처분, 사업양도 등으로 현금이 큰 폭으로 유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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