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얼트립을 이끄는 이동건 대표는 경영학과 심리학을 이중전공했다. 관광학을 전공했을거란 기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2011년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스타트업을 먼저 차렸다. 동료 4명이서 1년 남짓 사업을 이어갔다. ‘일찍 일어난 새가 먼저 먹이를 먹는다’지만 당시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아이템은 빨라도 너무 빨랐다. 비즈니스 문제는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사업을 접게 됐다.
1년 뒤 이 대표는 다시 창업에 도전했다. 초기 스타트업 투자캐피탈 프라이머의 도움도 받았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이택경 前 프라이머 대표는 아이템 선정부터 법인 설립까지 많은 조언을 건넸다. 사업 아이템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파트너들은 ‘여행’사업을 추천했다. 최종 투자가 결정나면서 2012년 2월, 마이리얼트립이 탄생했다.
이 대표는 마이리얼트립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고객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에 미국으로 9박10일 여행을 다녀왔다. 어땠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연신 ‘대박’이었다며 웃었다. 나파밸리, 레이타호, 요세미티, 실리콘밸리를 모두 거쳤다고 한다.
이 대표는 현지 가이드가 안내하는 산장 숙소와 맛집도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어디서나 아름다운 하루를 만들고 싶다는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를 11일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마이리얼트립 사무실에서 만났다.
◇ 여행산업 전망보고 뛰어들어… 국내엔 없는 여행 플랫폼 만들다
이 대표는 두번째 창업이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첫 번째 창업은 진지하게 시작하지 않아 그리 품이 많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늘 어렵다고 토로했다.
사업적인 면에서도 힘든 점은 많았다. 지금에서야 자유여행 인식이 변화됐다지만, 초기엔 특이한 여행객들만 쓸거라는 편견이 있었다. 이제는 이런 편견들이 많이 없어졌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한국인 평균소득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여행에 대한 투자가 많아졌다. 저가항공이 보편화되면서 실제로 해외 여행객들이 증가하기도 했다. 여행산업은 전망이 밝다. 창업준비 과정에서부터 파트너들이 강조한 것이다. 사람마다 여행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자유여행객들은 항공이나 숙박이 아닌 ‘뭐하고 놀지’를 고민한다. 남들이 다 아는 유명명소가 아닌, 현지 어디를 가면 좋은지 고려한다. 그동안 기존 여행사들이 이런 부분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마이리얼트립은 현지 가이드를 연결해 여행상품을 중개해주는 플랫폼이다. 현지 가이드를 여행객과 연결시켜주는 사업 특성상, 마이리얼트립은 공유경제 스타트업이라고 정의되기도 한다. 창업 당시엔 이런 여행 플랫폼이 국내에 없었다.
여행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건 여행사 패키지 프로그램 뿐이었다. 이 대표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공유 숙박플랫폼 ‘에어비앤비’ 구조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는 성장하는 스타트업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회사는 공유경제 스타트업 혹은 여행 O2O스타트업이라고 불린다. 초창기엔 공유경제에 대해 자세하게 몰랐다.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우리가 하는 일이 공유경제구나’ 깨달았다. 창업 당시엔 가이드 투어에만 집중했다. 2012~2015년은 가이드 투어 가짓수를 늘리는 시기였다. 2015년 말을 기점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숙박과 항공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현지 가이드 선정은 까다롭게 이뤄진다. 선정은 총 3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현지 가이드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떤 투어 프로그램을 계획할건지 자세히 적어 제출해야 한다. 채택된 이후엔 30분에서 1시간 가량 영상 면접이 진행된다. 현지에서 적합하게 체류하고 있는지도 확인한다.
◇ 현지 자유여행 생각하는 고객들이 많이 찾아… 신뢰 강한 여행 스타트업 될 것
마이리얼트립은 투어&액티비티(Activity) 부분 여행상품 수 1만개를 돌파했다. 지난 7월 한달간 거래액 50억원도 달성했다. 여행 후기도 6만7000건이 넘는다. 하루에 후기가 500개 넘게 쌓인다. 이 대표는 안좋은 의견을 중심으로 후기를 읽는다. 불만이 있을수룩 피드백이 빨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빨리 불편한 점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란다. 마이리얼트립을 주로 사용하는 여행객은 20~30대다.
“주 사용 연령층은 20~30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초기엔 40대 반응이 가장 좋았다. 신기했다. 온라인 여행 플랫폼은 보통 젊은층에서 많이 쓰지 않나. 여행사 패키지투어는 싫고, 자유여행을 하자니 준비하는 게 어려운 40대들이 마이리얼트립을 많이 찾았다. 지금은 연령층이 많이 낮아졌다. 20대들이 무조건 싼 ‘배낭 여행’이 아니라, 현지 투어와 체험에 충분히 투자를 하게 됐다. 가이드 투어는 필수가 아니지만, 현지 여행을 풍부하게 만들겠다는 투자다.”
모바일 여행앱은 치열한 시장이다. 대기업과 여행 스타트업들이 대거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이 대표는 ‘신뢰성과 꾸준함’이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오랜시간 여행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노하우와 상품 개수도 더 많이 쌓였다. 특히 여행자 입장에서는 직접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가 중요하다. 마이리얼트립은 여행자 입장에서 상품을 제공하고, 후기 분석을 통해 키워드를 분류한다. 국내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출국하는 나라는 일본이지만, 투어 상품이 많은 지역은 유럽이다.
“선정된 가이드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투어 프로그램이 달라진다. 한 건축가 부부는 ‘파리 건축기행’ 상품을 제공했다. 특이한 장소로 구성돼 있진 않았다. 하지만 건축가와 함께 에펠탑 건축 이야기를 듣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이밖에도 재밌고 이색적인 투어가 많다. 런던 박물관 큐레이터가 안내하는 ‘뮤지엄 투어’도 있었고, 미대생이 직접 짠 ‘파리 크로키 투어’도 있었다.”
마이리얼트립을 함께 하는 직원은 총 38명이다. 최근엔 개발 부서에 신경을 더 쓰고 있다. 개발 부문 채용도 강화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개발디자인쪽 인재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팀워크를 키우기 위해 ‘포인트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들이 실제로 마이리얼트립을 사용해볼 수 있도록 100만 포인트를 제공하는 제도다. 직원들이 직접 여행 상품을 써보고 경험하라는 게 목적이다.
“마이리얼트립은 지난 5년간 여행상품에 집중해왔다. 이제는 항공 및 숙박 분야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목표는 마이리얼트립이 ‘자유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영국 런던만 가더라도 1일차부터 3일차까지 사용할 수 있는 투어 상품이 많다.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마이리얼트립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자유여행자들의 여정을 완성시켜주는 스타트업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