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이례적 스릴러 ‘장산범’…4년 전 숨바꼭질 560만 동원 이어갈지 주목

이미지=김태길 디자이너

한때 여름 납량특집이라는 낱말이 미디어를 뒤덮었던 적이 있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에는 공포나 미스터리 스릴러가 제격이라는 조언도 뒤따랐습니다.

사실 이 같은 격언이 무색하리만큼 최근 여름 극장가에는 ‘서늘한’ 영화가 드물었습니다. 마니아층 소구력이 높은 공포나 스릴러보다는 가족단위 관객에 소구력 높은 영화를 내는 게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7~8월은 그만큼 열기 뜨거운 최대 성수기입니다. 장사가 우선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국내 투자배급업계 4강 중 하나인 NEW가 스릴러로 이 ‘8월 대전’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성수기 한복판인 17일에 개봉하는 영화 ‘장산범’ 얘기입니다. 목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린다는 ‘장산범’을 둘러싸고 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배우 염정아와 박혁권이 주연으로 나섰고 허진과 아역배우 신린아가 뒤를 받칩니다.

일단 소재 자체가 신선합니다. 아직 국내서 한 번도 다뤄진 적 없는 일종의 ‘사운드 공포’를 표방하기 때문입니다. 허정 감독은 이에 관해 “이전부터 소리에 포커스를 둔 영화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소리로 사람을 홀린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면서 “익숙한 소리가 무서움으로 다가올 때 관객들이 두려움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8월 대전에 나서는 4강의 카드는 ‘군함도’(CJ E&M), ‘택시운전사’(쇼박스), ‘청년경찰’(롯데엔터테인먼트), ‘장산범’(NEW) 순으로 짜이게 됐습니다. 이미 군함도가 박스오피스 5위(10일 기준)까지 추락한 이상 실제 시장 구도는 1강(택시운전사) 2중(청년경찰, 장산범) 구도가 될 전망입니다.
 

영화 장산범의 한 장면. / 사진=NEW

관건은 전체 시장입니다. 지난해 같은 시기 4대 투자배급사는 성수기 주력작으로 모두 500만 이상 관객을 모았습니다. 연이은 하락세에 속수무책이던 롯데엔터테인먼트 조차도 덕혜옹주로 560만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NEW는 부산행으로 지난해 유일한 1000만 배급사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CJ E&M은 인천상륙작전으로 700만, 쇼박스는 터널로 712만을 모았습니다.

다만 올해는 시장의 양상이 다소 다릅니다. 1주차에 압도적 스코어를 기록했다가 2주차에 급추락하는 추세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1000만 이야기가 나오던 ‘군함도’는 700만 관객을 넘어서는 게 화두가 됐습니다. 주력작에 마케팅을 크게 늘린다 해도 관객 호응을 오랫동안 끌어내는 게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영화계 일각에서는 장산범의 돌풍을 기대해볼만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감독의 존재 때문입니다. 허정 감독이 전작 숨바꼭질을 통해 스릴러로는 드문 560만 관객 스코어를 기록했다는 점을 기억해둬야겠습니다. 허 감독이 근래 극히 드문 여름 극장가 스릴러 흥행작의 연출자라는 뜻입니다

 

허 감독은 숨바꼭질이 무서운 존재에 의해 안정적인 구성원이 파괴되는 것을 이야기한다면, 장산범에서는 소리로 나타난 존재가 구성원들의 관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전했습니다.

 

숨바꼭질 역시 4년 전 814일에 개봉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공교롭게도 숨바꼭질 역시 NEW가 투자배급을 맡았습니다. 장산범에도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허 감독과 NEW4년 만에 숨바꼭질 신화를 재현할지 주목해볼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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