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CJ CGV 모두 영화사업 부진, 구조적 문제 지적도…해외사업 절실해져

지난달 18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서정 CJ CGV 대표이사가 기조연설하는 모습. / 사진=CJ CGV

CJ의 문화사업 쌍포가 공히 영화에 발목 잡힌 형국이다. 하루 시차로 2분기 실적을 공개한 CJ E&M과 CJ CGV 얘기다. CJ E&M은 이번에도 방송 호실적을 영화가 갉아먹었다. 상영업자 CJ CGV는 해외 성장세가 국내 주춤세로 빛이 바랬다.

문제는 이 지표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해외 진출 공세 등 돌파구 찾기가 더 절실해졌다는 뜻이다. 양사 모두에 베트남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른 점도 관심거리다.

11일 CJ에 따르면 2분기 CJ E&M과 CJ CGV의 매출액은 각각 4254억 원과 3826억 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1%, 21.6% 성장한 수치다. 다만 영업이익에 관해서는 두 회사 희비가 확연히 엇갈렸다. CJ E&M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2% 증가한 236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였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5.6%로 나타나 수익성 개선 효과가 도드라졌다. 반면 같은 기간 CJ CGV는 3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전환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공통점도 눈에 띈다. 키워드는 영화다. CJ E&M의 경우 방송부문에서 전체보다 많은 2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어디선가 돈을 ‘까먹었다’는 의미다. 영화부문에서 1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서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한 ‘적자 20억원’은 현실화하지 않았다.

국내 투자배급시장 부동의 1위 CJ E&M은 지난 2분기에 10% 초반대 배급점유율을 나타냈다. 8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4월 점유율은 7%에 그쳤었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유일한 코미디라는 이점을 기대만큼 살리지 못했다. 칸 국제영화제 초청작 불한당이 100만 관객도 모으지 못한 건 특히 뼈아팠다. 이 탓에 CJ E&M의 상반기 누적 배급사별 점유율은 19.6%에 그쳤다. 1분기 점유율(25.8%)을 2분기에 갉아먹은 셈이다.

이에 따라 CJ E&M 수익을 방송부문이 오롯이 전담하는 형태가 구조적으로 자리 잡게 됐다. CJ E&M은 지난해 4분기 영화부문에서 13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같은 기간 방송부문은 121억원을 벌어들였다. 올해 1분기에는 영화부문과 방송부문이 각각 영업이익 19억원, 201억원을 거둬들여 격차를 줄였다. 그런데 이번 2분기에 다시 격차가 256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방송은 TV와 디지털이 모두 포함된 광고매출 덕에 앞으로도 호재가 가득하다. 실제 2분기 CJ E&M의 디지털 광고매출은 72.4%나 급증했다. 반면 영화의 경우 국내 연간 관객수가 2억명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결정적인 반전 계기가 쉽게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CJ CGV도 정체 중인 국내 극장 영업 환경 탓에 고민이 깊다. CJ CGV가 상반기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114억원이다. 매출이 7881억원이라는 걸 고려하면 수익성이 부진한 편이다. 시장에 주는 시그널도 좋지 않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2분기) 어닝쇼크를 반영해 올해 실적 추정치를 하향하고, 목표주가도 11만5000원에서 9만2000원으로 조정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화 '군함도'가 개봉 이틀째 100만 관객을 돌파한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CGV에 군함도 포스터가 화면에 나오고 있다. / 사진=뉴스1

3분기는 영화가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그럼에도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CJ E&M의 회심작 ‘군함도’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이며 개봉일 역대 관객동원 최고기록까지 경신했지만 빠르게 가라앉았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0일까지 누적관객은 634만명이다. 박스오피스 순위 5위다. 

 

빠르면 11일 누적관객수에서 택시운전사에 역전당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 배급에 모두 나선 CJ E&M의 손익분기점은 660만명 수준으로 분석된다. 겨우 손해를 안볼 수준이라는 뜻이다.

각 투자배급사 텐트폴(주력작)이 맞대결하는 시기지만 CJ CGV에도 장밋빛 분기는 아니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현재도 국내 박스오피스 매출액과 관객수는 지난해와 대비해 각각 18%와 16% 줄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국내 사업의 이익 안정화 여부가 주가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년 성수기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현상이 3분기를 넘어 구조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장기 변수다. 서정 CJ CGV 대표이사는 지난달 18일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 나와 “한국영화산업 볼륨이 꽤 큰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국내 상영매출액은 1조 7000억원으로 다른산업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면서 “해외에서 성장발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돌파구의 힌트는 서 대표 말에서 찾을 수 있다. 해외사업이다. CJ E&M과 CJ CGV가 공히 베트남 시장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CJ CGV는 2분기에 베트남에서 10%를 훌쩍 웃도는 영업이익률을 나타냈다. 이 덕에 영업이익(42억원)이 한국은 물론 중국, 터키 사업을 앞질렀다.

CJ E&M은 지난달 베트남에 내놓은 영화 ‘걸 프롬 예스터데이’(The Girl From Yesterday)가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활짝 웃었다. 이 영화는 CJ E&M이 베트남 제작진과 합작해 만든 작품이다. 앞서 역시 이 영화 제작진과 함께 만든 현지영화 ‘내가 니 할매다’(2015)는 역대 베트남 로컬 박스오피스 2위에 올라있다.

국내 대형 미디어기업들의 수직계열화에 비판적인 한 문화계 인사는 “CJ가 국내 미디어산업에서 공룡 위치를 점하고 있어 규제에서도 주된 타깃이 될 수밖에 없지 않나”라면서 “이 기회에 해외사업에서 더 성과를 내는 게 기업 내부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긍정적인 신호를 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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