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고발→수사’ 일사천리…특수부 배당, 고강도 수사 나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참여연대 회원들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박근혜 정권 때 추운 겨울을 보낸 시민단체들의 위상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특히 고발 사건과 관련, 과거와 달리 사정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시민단체들의 재벌 저격수 역할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평가다.

재벌 뿐 아니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프렌차이즈 갑질 문제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지난달 20일 참여연대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는 피자 프랜차이즈 피자에땅의 공재기 ‘에땅’ 대표이사 등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4일 만에 해당 사건을 공정거래조세조사부에 배당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의 이 같은 기민한 움직임은 박근혜 정권 때와 크게 달라진 모습이라는 평가다. 고발과 동시에 수사에 착수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다, 사건도 굵직한 이슈를 다루는 특수부에 주로 배당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 당시 재벌 고발에 나섰던 한 시민단체 인사는 “박근혜 정부 때는 검찰에 재벌을 고발하면 사건을 질질 끌고 고발인 조사도 간단하게 했다”고 토로했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27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석래 전 회장, 조현문 전 부사장 등을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이들이 대주주로 있는 효성 계열사 갤럭시아포토닉스가 재정악화를 겪자 세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하고, 이를 효성이 인수하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특수4부에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고발 후 단 4일 만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건에 대한 고발 사건은 현 정권 들어 검찰의 일처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란 평가다. 진경준 전 검사장 등을 고발하며 재벌 저격수 역할을 해온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올해 2월 배임 및 횡령 혐의 등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특검에 고발했다. 그런데 특검 기간 연장이 불발되며 해당 고발 건은 사실상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당시 고발을 주도한 윤영대 대표는 “어쩐 일인지 해당 고발 건은 중앙지검으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진정사건으로 변동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진정사건은 고발인 조사없이 검찰이 스스로 검토한 후 자체적으로 종결이 가능하다.

그런데 불과 4개월 후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투가지본감시센터는 지난 6월 21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불공정행위를 통해 수조원대 부당 이익을 챙겼다며 배임 및 횡령혐의로 다시 고발했다. 사실상 4개월 전과 다름없는 사건이었는데 이번엔 검찰이 해당 사건을 특수1부에 배당하고 전격 수사에 착수했다. 

 

참여연대 효성 고발건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고발한 지 불과 4일만이었다. 윤영대 대표는 “과거 같았으면 시간을 끌었을 것이고 운 좋아도 형사부에 배당했을 것”이라며 “특수1부에 배당돼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검찰 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시민단체 조사 의뢰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금호그룹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조사가 이뤄진 것은 경제개혁연대가 6월 달에 공문으로 조사를 요청한 것을 받아들인 결과다. 좀처럼 재벌조사에 나서지 않고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고 비판받던 이전 공정위 모습과는 180도 다르다.

사정기관들의 이 같은 모습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갖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현 정권의 재벌개혁 행보에 발을 맞추며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물론, 박근혜 정권 당시 비판받던 모습을 떨쳐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민단체들의 행보에 재벌들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3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금융거래법 위반 및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정기관들이 시민단체 고발 건을 흘리지 않고 제대로 보는 것이 결국 정권이 바라는 것 아니겠나”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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