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확대 과열경쟁에 가계부채 악화시킨 은행들…'생산적 금융'으로 공적 책임 다해야

지난 7.26일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됐다. 그동안 저성장과 양극화 심화의 부작용만 낳았던 물적 자본투자 위주의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사람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키워드는 ‘일자리 창출’,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였다. 이 중에서 가장 절실한 테마는 일자리 창출이었다.

새 정부는 일자리 창출로 가계에 소득을 대폭 풀어 내수를 진작시키고 생산기업의 투자의욕을 고취시킴으로써 다시 일자리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고 있다. 사실 작금의 최대 이슈인 가계부채 문제도 결국은 국민들의 소득 증대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란 점에서 일자리 창출은 그만큼 중요하고도 절실하다.

최종구 신임 금융위원장은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며 새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앞으로의 금융은 부채를 늘려 단기적 호황을 유발하는 소비적 금융이 아니라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끌어 올려 일자리 확대에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금융이 경제의 혈맥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금융위의 소임이라고도 했다.

금융의 본질적 기능은 여유자금을 가진 자의 돈을 모아 이를 자금이 필요한 자에게 중개하는 것이다. 특히 제도권 금융은 일반 사금융과 달리 잉여자금을 단순히 중개하는 것이 아니라 가급적 생산적인 부문으로 흐르게 하여 경제발전에 순기능적으로 작용하도록 하고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이고 바람직하게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IMF 사태 이후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경제가 재도약하는 시기에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조급증 때문에 이러한 순기능을 잊고 금융기관의 영업에 자유방임적 태도를 취한 적이 있었다. 심지어 금융부문에는 왜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 기업이 나오지 않느냐며 모든 것이 규제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특히 경제 재도약기인 2004년에 민관 합동 규제개혁위원회가 설립되어 ‘덩어리 규제 철폐’라는 슬로건 하에 감독당국의 각종 법규에 있던 규제적 조항들을 마구 삭제했다. 더 나아가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때에는 반드시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였고, 이를 통과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로써 규제당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까지 사실상 규제의 손발이 묶였고 금융기관들은 사상 최대의 자유를 누리며 자산 확대 경쟁에 몰입했다. 이 당시 ‘규모의 경제’에 대한 광신이 시장을 지배했고, 금융기관들은 총자산을 늘리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무리한 계량적 목표를 부여하며 경쟁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러한 자산확대 경쟁은 건전한 기업에 생산적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주로 부동산을 담보로 한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손쉬운 가계대출 확대를 통해 이루어졌고, 이것이 오늘날 1400조에 근접한 감당 못할 가계대출 문제를 낳았다.

이제부터 금융은 제기능을 찾아야 한다. 금융위원장의 말처럼 금융은 국가경제의 혈맥이다. 맑은 피가 건전한 방향으로 흘러 실물경제에 유익한 양분을 날라 주고 기업들이 이를 먹고 쑥쑥 크는 ‘생산적 금융’이 되어야 한다. 이것만이 기업들이 新사업 개척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들의 소득을 늘려주는 지름길이다.

또한 정부 지분이 없는 금융회사는 순수 민간회사란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금융회사의 자산은 주주 자본금 보다는 주로 국민들의 예금과 차입금 등으로 형성된다. 민간기업은 망해도 자기책임에 그치지만 금융회사가 망하면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져 국가경제에 큰 재앙을 낳기 때문에 국가는 어쩔 수 없이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된다.

그러기에 금융회사는 아무나 설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면허장을 받아야 설립이 가능하다. 결코 주주나 종업원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 대한 공적 책임 위에 존재한다. 따라서 금융회사는 일반 사기업처럼 수익성을 추구하더라도 이것이 국가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책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