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은행보다 시간 더 소요…온다던 체크카드 감감무소식

사진=7월 27일 카카오뱅크 앱 캡처

지난달 27일 오전 7시. 카카오뱅크가 문을 열자마자 재빨리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했다. IT(정보기술)기자로서 인터넷전문은행 계좌 하나쯤은 가져야할 것 같은 호기심과 의무감에서였다. 물론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귀엽게 그려진 체크카드가 결심을 굳혔다.

카카오톡과 닮은 노란 배경의 카카오뱅크는 친근할 수밖에 없었다. 가입 방법도 쉬웠다. 앱을 몇 번 설치해 본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연령대에 상관없이 금방 카카오뱅크에 진입이 가능했다.

 

특히 은행이 낯선 10대들도 카카오톡 이용경험을 바탕으로 거부감 없이 관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보다 카카오뱅크의 10대 앱 설치자 수가 4배 이상 많은 이유다.

앱을 설치해서 살펴보니 기존 은행 앱과 차별화한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앱 메인 화면에 자신이 카카오톡에서 사용하던 이름과 프로필 사진이 떠서 카카오톡과의 끈끈함을 드러냈다. 따로 조회를 하지 않아도 한 눈에 내 계좌와 상품은 물론, 이자까지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단순화에 공들인 노력도 돋보였다. 기존 은행 앱은 다양한 상품과 기능 탓에 원하는 서비스를 찾아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신속한 업무가 필요한 앱에서 앱에 머무는 체류시간이 길다는 것은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카카오뱅크는 간단했다. 예금과 적금 모두 각각 하나의 상품으로 구성했다. 상품을 줄여 고민을 덜어주는 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 각종 제휴와 광고가 아직까지는 없어서 전부 훑어보는 데도 시간이 별로 들지 않았다. 은행 앱이 직관적일 수 있음에 놀랐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한 피사체를 두고 같은 사진을 여러 번 공들여 찍어본 경험은 처음이었다. 계좌를 만들기 위해 신분증 사진을 찍는 것은 정말 난코스였다. 선명하지 않거나 빛이 반사됐다는 등 이유로 신분증은 끊임없이 거절당했다. 

 

간신히 사진에서 통과됐더니, 다음 개인정보 확인에서 또 오류가 생겼다. 날도 덥고 계좌를 만들지 말라는 계시인가 싶어 7번 도전하고 잠시 포기를 선언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개인정보 확인 오류는 카카오뱅크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신용평가사 등 유관기관의 서버 문제 탓”이라고 해명했다.

일단 가입은 제쳐두고 앱의 평가를 살펴봤다. 기자보다 더한 체험을 한 이들이 많았다. 수십 번 신분증을 찍었으나 결과는 모두 거절이었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신분증 인증 관문은 대출심사보다 까다로웠다. 또 해외에 있는 사람은 계좌 개설 자체가 불가능해 차라리 공인인증서를 이용해서 계좌 개설을 해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카카오뱅크 문을 두드렸는데 문이 열리지 않았다. ‘앗! 문제가 발생했어요. 잠시 후 다시 시도해주세요.’라는 팝업창이 가로막았다. 몇 번이고 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계좌 개설을 또 미뤄야 했다.

카카오뱅크 측은 사전에 분명 시간당 10만명이 이용해도 문제가 없도록 서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출범과 동시에 오류의 벽에 부딪혔다. 대기 시간 없이 빠른 금융 업무를 특장점으로 내세웠지만 오히려 기존 은행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기존 은행이라면 이미 계좌개설부터 상품 가입까지 끝났을 시간에 카카오뱅크는 접속조차 힘든 지경이었다.

오후에 3차 시도를 감행했다. 사과 공지가 떴다. 폭발적인 접속량 증가로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오전 7시에 만들고 싶었던 계좌를 오후 5시가 넘어서야 개설할 수 있었다. 7일 현재까지도 신분증 인증과 개인정보 확인에서 발생하는 오류는 빈번한 상태다.


IT(정보기술) 기자로서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카카오뱅크는 앱을 통해서만 거래를 할 수 있는데 앱 자체가 불안정해서다. 만약 거래를 하다가 오류가 나거나 긴급한 상황에 앱 이용이 불가능하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스마트폰을 분실하거나 배터리가 부족해 기기가 꺼지면 이용이 아예 불가능한 점도 감수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계좌를 개설한 다음에는 예금과 적금에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특히 은행연합회에서 예금 금리를 비교해보니 1년 기준으로 카카오뱅크 예금 금리가 가장 높았다. 카카오뱅크 예금 상품은 별도 우대금리를 적용하지 않아도 1년 만기 시 2%다. 우대금리 자체가 아예 없어서 깔끔했다.

카카오뱅크의 주력 상품, 카카오뱅크 프렌즈 체크카드를 선택할 차례가 됐다. 5가지 디자인이 있는데 라이언과 어피치 캐릭터만 교통카드 기능 탑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나머지는 모두 교통카드 기능이 자동으로 들어가 있다. 만약 기존에 이용하는 교통카드가 있어 기능을 넣고 싶지 않다면 라이언과 어피치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카드 여러 장을 같은 지갑에 넣고 태그하면 잘 인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를 신청한지 12일째다. 카드를 사용해 보고 다양한 체험기를 남기고 싶었지만 카드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이달 2일 카카오뱅크는 최장 4주 정도 소요될 수 있다고 재차 공지했다. 

 

카카오뱅크지만 카카오톡으로 상담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출범 첫날부터 지금까지 상담원을 애타게 찾았지만 연결이 지연되고 있다는 응답만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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