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쓰다, 창업기 22] 노진우 알케미스트 “빅데이터로 옷 고른다”
  • 배동주 기자(ju@sisajournal-e.com)
  • 승인 2017.08.07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형·비정형데이터 이용 맞춤형 의류 추천…해외 진출 착착

“첩첩이 고단함이, 차곡차곡 쌓였다. 첫째가 말문을 열쯤 귀가 들리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심경 변화는 몸의 변화를 앞세웠다. 노진우 알케미스트 대표는 옷에 대해 몰랐고, 사업은 막연했다. 그러나 하루아침 잃은 한쪽 청력 앞에 위기감이 들이쳤다. 의사는 스트레스로 인한 ‘돌발성 난청’이라고 진단했다. 위기감은 자신감이 됐다. “내가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구나.” 노 대표는 곧장 사표를 냈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패션 큐레이팅 스타트업을 열었다.

“돌아보면 난관이 동력이었다”고 말하는 노 대표가 옷으로 사업하겠다는 구상을 꺼낸 것은 대학 시절부터였다. 뉴질랜드에서 대학을 마친 그는 방학이면 한국으로 돌아와 옷을 샀다. 옷을 좋아해서라기보단 옷을 몰라서였다. 해외로 뻗은 국내 패션 브랜드는 없었고, 현지에선 어떤 옷을 사야 할지 몰랐다. 그는 “한국 패션도 K-POP 처럼 수출되길 바랐다”고 회상했다.

알케미스트는 노 대표가 꿈꾸는 한국 패션 해외 진출의 첫 번째 방법론이다. 노 대표는 알케미스트로 구축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외에 보낼 국내 대표 패션 아이템을 골라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식당은 음식이 맛있어야 하고, 옷가게는 당연히 옷이 예뻐야 장사가 잘 되는데 저는 옷을 골라낼 눈이 없다”면서 “빅데이터를 통해 잘 팔리는 옷을 모을 생각”이라고 했다.

◇ “정형·비정형데이터 이용 의류 추천은 국내 유일”

현재 알케미스트는 국내 50여개 패션 쇼핑몰과 제휴를 맺고 국내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옷을 골라 한국인에게 일단 내놓기 위함인데, 옷은 빅데이터 기반으로 가져온다. 선택된 옷은 홈페이지에 노출되고 상품 검색부터 구매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국내 시장에서 정형데이터와 비정형데이터를 모두 이용해 옷을 파는 곳은 알케미스트가 유일하다.

“쇼핑몰이 내놓은 상품과 상품이 가지고 있는 통계자료를 받아서 매주 분석한다. 어떤 상품이 가장 많이 장바구니에 담겼고 또 많이 팔렸는지, 장바구니에 담기기만 하고 팔리지는 않았는지까지 모두 가져와 분석한다. 아울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옷을 표현하는 비정형데이터를 가져와 하나의 제품을 설명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내놓는 방식인데 이게 1단계다.” 

 

노진우 알케미스트 대표가 구매 패턴 추적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 = 강유진 영상기자


알케미스트는 옷 하나를 구성하는 모든 데이터를 풀고 이를 재조합해 내놓는다. “실패하지 않는 쇼핑을 만들고 싶다”는 노 대표는 2단계로 고객 이해를 꺼냈다. 인기 있는 옷을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인데, “비정형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순간, 원하는 느낌에 꼭 맞는 옷을 전하기 위해 옷이 필요한 상황과 장소를 모두 분석해뒀다”고 자신했다.

마지막은 소비자 구매 패턴 추적서비스(PPTS·Purchasing Pattern Tracking Service)다. 고객의 구매 유형을 추적해 더욱 편하고 합리적인 구매활동을 유도하기 위한 서비스라는 위키피디아의 설명은 알케미스트가 만들었다. “이전에 없었던 기능은 아니다”라는 노 대표는 다만 “알케미스트에 온 고객의 잠재적 구매 욕구까지 파악해 옷을 추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투자는 받지 않았다, 지금은 다른 게 바쁘다”

한 패션 쇼핑몰 대표가 “내가 원했던 서비스다”라고 말한 순간을 잊을 수 없다는 노진우 대표는 바쁘지만, 어느 때보다 즐겁다고 말한다. 그는 “대기업 무역부문에서 일할 땐 만나자고 하면 만나주지 않는 곳이 없었는데, 지금은 명함 놓고 가시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고 있다”면서 “그동안 몰랐던 성취의 기쁨을 이제 깨닫고 있다. 만나보자는 말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알케미스트는 현재 외부 투자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1만개 넘는 쇼핑몰을 만나 정보제휴를 맺고, 쇼핑몰에 올라온 상품을 분석하기에도 부족한 게 시간이라는 게 노 대표의 설명이다. 노 대표는 “투자를 받기 위해선 투자를 해줄 곳을 찾아 문을 두드려야 하는데 그러면 두드려야 할 문이 지나치게 많아지게 된다”면서 “쇼핑몰 문 앞에 서 있기도 바쁘다”고 고백했다.

알케미스트에는 노 대표를 포함해 모두 3명의 직원이 있다. 직원이라기보단 재능기부다. 투자 없이 쌓은 기틀에는 노 대표가 2011년 입사 이후 모은 적금이 들어가고 있어서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빨리 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노 대표는 “성공한 사업구조가 나오면 유사한 서비스는 두 달 만에 나오는 상황이라 일단 모아둔 돈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노 대표는 “두렵지 않다”고 강조한다. 데이터는 어쨌든 지금도 쌓이고 있는 덕이다. 그는 “2년 내 해외 패션 브랜드와 싸워볼 예정”이라며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동대문 쇼핑몰을 공급 파트너로 삼아 데이터에 기반을 둔 멋있는 연금술을 해외에서 펼쳐보고 싶다”고 했다.

알케미스트는 연금술사라는 뜻이다. 브라질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는 그의 책 ‘연금술사’에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고 썼다.

 

배동주 기자
배동주 기자
ju@sisajournal-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