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배드3’ 잔잔한 돌풍…드라마‧로맨스 힘 빠진 상황서 돌파구로 주목

이미지=김태길 디자이너

영화 ‘군함도’와 ‘택시운전사’가 화제의 한복판에 섰습니다. 애초부터 예견돼 온 상황이지만 이 ‘격전’으로 쏠리는 관심의 양이 그만큼 큽니다. 군함도가 8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게 엊그제 같은데, 택시운전사도 이틀 간 140만 넘는 관객을 모으며 만만치 않은 기세를 보여줬습니다.

그렇다고 현재 충무로를 ‘두 대작이 양분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박스오피스 3위 ‘슈퍼배드3’ 때문입니다. 군함도가 같은 날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9일 째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워낙 대작들이라 이 수치가 눈에 띄지 않으시겠지요. 그런데 슈퍼배드3의 200만 돌파 속도는 ‘공조’를 하루 앞질렀습니다. 현재까지 올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인 공조의 최종관객은 781만 명입니다.

지난 2일과 3일 슈퍼배드3의 매출액 점유율은 각각 13.6%와 12.9%였습니다. 27.6%에 이르던 1일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지만 2일에 택시운전사가 개봉했다는 걸 고려해야겠지요. 같은 기간 군함도의 매출액 점유율이 19%, 17.4%라는 것도 감안해야 합니다. 엄밀히 따지면 현재 충무로 시장구도는 1강 2중이라고 봐야한다는 뜻입니다.
 

영화 슈퍼배드3의 한 장면. / 사진=UPI


이번만 특별한 경우라면 제목을 아마도 ‘슈퍼배드3는 힘이 세다’고 썼을 겁니다.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5월에 개봉한 영화 ‘보스베이비’도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입니다. 이 영화는 누적 245만 관객을 모았습니다.

눈을 할리우드 바깥으로 돌리면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단연 선두에 서있겠네요. 무려 367만 관객이나 모았기 때문이죠. 이 영화는 특히 N차 관람 열풍 덕을 봤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여러 차례 관람을 반복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얘기죠.

한 업계 관계자는 “블록버스터 등 ‘큰 영화’에 대한 피로감도 일정한 영향을 끼쳤고 군함도와 택시운전사가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다보니 반대급부를 찾는 흐름도 생성된 덕”이라면서 “이런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얘기입니다만, 극장업계서 애니메이션을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최근 극장 플랫폼 선호 장르의 앞자리에는 액션, SF, 범죄스릴러가 놓여있습니다. 반면 드라마나 로맨스 장르에 대한 선호도는 크게 줄고 있습니다. 굳이 극장에 가지 않고 IPTV로 시청해도 별 다른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 와중에 애니메이션 수요가 늘면서 업계에 또 다른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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