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도 증자성공 확신 못해…부작용 큰 은산분리 규제 완화만 요구"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가 케이뱅크 은행업 불법인가 의혹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노성윤 사진 기자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지난 4월 3일 출범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권에 메기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은행법을 어기고 은행 인가가 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충분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금융소비자학회 회장)는 2일 "금융위가 케이뱅크 예비인가 당시 대주주 재무건전성 기준을 특혜 유권해석한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 자본확충과 관련한 내용이다. 케이뱅크가 현실성 있고 충분한 자본확충 능력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은행업 인가가 나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 교수는 "문제를 발견한 시점은 2월 20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관련 국회 정무위원회 공청회장에서였다"며 "공청회에서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증자가 어렵다는 말을 할 때 번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심 행장이 현행 은행법 규제상 말이 안 되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공청회 당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심 행장과 일문일답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들었다.

당시 심 행장은 현재 자본금으로는 영업이 어렵기 때문에 규제를 풀어달라고 말한다. 은행은 '건강한 재무상태를 가지고 영업할 수 있을 때만'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심 행장 말대로라면 건강한 재무상태로 영업할 수 없는데도 은행 인가가 났다는 말이다. 그럼 케이뱅크가 업무 개시 후 3개 사업연도 사업계획서를 거짓으로 썼거나 국회 정무위원회 공청회에서 거짓 증언을 했거나 둘 중 하나가 된다.

공청회 당시 이 의원은 심 행장에게 "올해 사업계획 대출금액 총액이 얼마인가"라고 물었다. 심 행장은 "한 4000억원 정도로 예상한다"고 답한다. 이후 이 의원은 "현재 자본금 가지고 부족하다는 이야기인가", "유상증자를 해야 되겠는데 4% 규정 때문에 할 수 없다는 그런 입장인가"라고 묻는다. 심 행장은 "그런 상황이다"라고 답한다. 심 행장은 유상증자가 은산분리 규제로 어렵다고 하면서 관련 규제를 풀어달라는 말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 다른 주주들이 (증자를) 더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 모르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당장 현재 상태(영업도 하기 전부터) 1년도 안 돼 증자 문제가 발생하는 쪽에 인가가 나갔다면 둘 중 하나다. 은행업 인가를 받지 않고 다른 인가를 염두에 두고 인가가 나갔든가, 아니면 감독이 어떻게 된 거냐는 것이다." 옆에 앉은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횡설수설했다. 질문과 관계없는 답을 했다. 그런 정 부위원장을 30초간 물끄러미 바라봤다.  

 

2월 20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관련 국회 정무위원회 공청회장에서 케이뱅크 자본 확충과 관련한 전성인 교수 질문에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이 답변하고 있다. / 사진=국회방송

자본확충이 제대로 안 된 상태로 인가가 나갔다는 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

케이뱅크 대주주인 우리은행 BIS비율이 케이뱅크 인가 예비심사에서 해당 업종 평균치에 미달했다. 평균치 미달이면 1차 심사에서 탈락이다. 그런데 심사를 통과했다. 이 문제도 심각하다. 하지만 자본확충 문제는 이 내용보다 더 중요하다.

은행업을 하려는 자는 업무 개시 후 3개 사업연도 사업계획서를 내야 한다. 이 말은 은행업을 해도 망하지 않고, 은행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으며, 예금자 보호에도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예보 기금을 쓰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한마디로 영업 개시 후 3년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 담겼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이 내용이 타당한지 심사한다. 문제는 이런 사업계획서를 낸 케이뱅크가 줄기차게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다며 법률 개정을 말하기 시작해왔다는 것이다. 충분한 자본 능력이 없다는 의미다. 케이뱅크가 은행법에서 요구하는 '건전한 재무상태', '사업계획이 타당하고 건전할 것'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금융위가 이 문제를 알고도 케이뱅크에 은행 인가를 내줬다고 보는가.

심 행장은 돈이 모자란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주주들이 (증자를) 할 수 있는지 모른다고 한다. 행장이 모르면 안 된다. 다른 주주들에게 충분한 증자 능력이 있다고 해야 한다. 영업 개시 3년 동안 자본 증자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해야 한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돈이 없다고 말하는 기업에 인가를 내줄 수 있는가. 인가 당시 자본확충 계획을 제대로 냈다면 금융위가 인가를 해줬을 것이다. 그런데 그 기업이 공청회, 언론 등에 자본이 필요하다며 현재 상태로는 증자가 힘들다고 말한다면 인가는 어떻게 나갔는지 의문이다.

금융위는 케이뱅크 증자 성공 여부에 대해 '케이뱅크 증자의 성공 가능성은 유동적이므로, 현재 시점에서는 예단하기는 어렵다'라고 답변했다. 케이뱅크 은행업 인가 요건 중 '충분한 자본확충 능력'에 대한 판단에서 예단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준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케이뱅크는 은산분리 등 규제 변경을 이야기한다. 기존 은행은 규제 변경을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규제가 있으면 규제를 따른다. 소심한 사람이 은행을 해야 한다. 그래야 규정을 따른다. 규제가 있으면 돌파하자는 건 은행업 DNA가 아니다. 케이뱅크는 기존 은행과 너무 달랐다.

금융위가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

검찰과 감사원에서 조사하지 않는 이상 그 의도를 알 수는 없다. 장관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올해 안으로 영업할 수 있게 하라고 했을 수 있다. 아니면 장관보다 '높은' 사람이 이렇게 하라고 했을 수 있다. 둘 다 일 수도 있다. 적어도 금융위 실무자가 케이뱅크와 관련해 사명감을 가지고 문제를 안고서 했을 리 없다. 위에서 누군가 말했을 것이다. 그 누군가는 조사해봐야 알 수 있다.

은산분리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지.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 은행업을 하는데 사후 규제면 된다는 말을 한다.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사전 규제도 필요하면 비틀고 마음에 안 들면 삭제하는 나라다. 삭제할 때 공론화하지도 않는다. 이게 가능한 나라에서 사후 규제로 은행업을 철저히 규제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은산분리 규제는 물셀 틈 없는 규제다. 재량적 해석 여지를 안 준다. 공무원의 재량권이 없다. 금융위에 억만금 들고 와도 안 된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다며 규제를 풀고 산업자본도 은행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주자고 한다. 그럼 문제가 생긴다. 재벌이 설마 은행 자본을 마음대로 이용하겠냐는 질문을 한다. 재벌은 어려워지면 무슨 짓이든 한다.

이번 케이뱅크를 보면서 은행 DNA와 너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일각에선 진취적이라고 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은행업은 모험 산업이 아니다. 은행원은 모험하려는 기업에 대출을 못하겠다고 말하는 소심한 사람들이다. 규제를 따르고 리스크를 엄격히 관리하는 게 은행이 할 일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보면, 규정에 막히면 돌파하려고 한다.

지금 은산분리 규제로 증자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풀어달라고 한다. 증자에 문제가 없다면 은산분리 규제 완화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본 확충에 문제가 없다고 처음부터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자본 확충에 문제가 있다며 규제 완화를 말한다. 케이뱅크 인허가 문제는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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