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수익 감소에 인터넷은행 등장 등 겹악재에 '한숨'…해외로 눈돌리는 일부 카드사들, 성과는 난망

최근 돌풍을 일으키며 기존 카드사들을 위협하고 있는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 사진=카카오
국내 카드업계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가맹점과 중소가맹점 범위가 확대되면서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막강한 적수도 새롭게 등장했다. 고위험 대출에 대한 추가충당금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 상황을 타개할 돌파구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부 카드업체들은 새 먹거리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카드업계를 둘러싼 위험 요인들

카드업계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8월부터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 적용 연매출 기준이 2억원에서 3억원과 3억원에서 5억원으로 각각 확대된다. 수수료 부담을 줄여 영세·중소 가맹점을 돕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가맹점 46만여 곳이 영세·중소가맹점으로 새로 분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카드사는 수수료 수익이 크게 줄게 됐다. 가맹점의 일반적인 수수료율은 2.5% 수준이다. 영세 가맹점과 중소가맹점은 각각 0.8%, 1.3%의 우대 수수료가 적용된다. 금융위는 연간 3500억원 내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연간 350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수익이 사라지는 셈이다.

충당금 추가 적립도 고민거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제2금융권 건전성 관리 강화방안’을 통해 저축은행·상호금융·카드사 등의 고위험 대출에 대해 충당금을 더 쌓도록 하는 내용의 건전성 강화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카드사는 2분기부터 2개 이상의 카드론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를 고위험 대출로 구분하고 충당금을 30% 추가 적립해야 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전체 개인카드 자산에서 신용등급이 5등급 이하이면서 3건 이상의 금융기관에 대출이 있는 다중채무자의 비중은 30.6%나 된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부가세 대리징수제도 카드사 수익성을 낮출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부가세 대리징수제는 카드 결제 단계에서 신용카드사가 직접 가맹점의 부가가치세를 원천징수해 국세청에 납부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를 통해 탈루되는 부가세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카드사 입장에서는 부가세 대리납부를 하기 위해 전산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하고, 카드결제 취소시 세금 반환 요청 작업 등 각종 부대 업무도 맡아야 해 전담 인력 배치 등으로 인한 각종 비용 부담이 생긴다. 또 세원 노출을 꺼리는 가맹점들이 카드 결제를 기피할 우려도 있다.

최근 출범한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도 카드업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1일 기준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 발급건수는 70만장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200만 사용자를 거느린 카카오톡의 대표 이모티콘으로 유명한 ‘카카오프렌즈’를 카드 디자인에 접목해 20~30대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카드업계 입장에선 예상치 못한 강력한 적수가 등장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카카오뱅크가 내년 상반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앱투앱(app-to-app) 결제서비스다. 앱투앱 결제를 이용할 경우, 소비자는 중간결제대행사(VAN, PG)와 카드사를 거치지 않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판매자에게 대금을 바로 이체할 수 있다. 기존에는 카드결제 시 결제대행사와 카드사를 거쳐야만 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를 통해 평균 2%대인 가맹점 수수료를 크게 낮출 계획이다. 단 앱투앱 결제는 계좌에 잔액이 있을 때만 가능해 신용 기능은 없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7일 롯데그룹과 업무 협약(MOU)을 맺고 가맹점 확보 작업에도 들어갔다. 앱투앱 결제가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할 경우, 기존 카드사 역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출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카드사 입장에선 수익악화가 불가피한 것이다.

◇해외 진출 등 돌파구 마련 고심…근본적인 대책은 아직 보이지 않아

이러한 상황에서 카드업계도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는 등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근본적인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현재 해외 진출에 나선 카드사는 신한·KB국민·하나·우리·비씨 카드 등이다. 그러나 이제 막 해외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단계라 가시적 성과를 보기 위해선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3월 카드업계 최초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통해 현지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미얀마에 현지법인을 세워 소액신용대출 사업을 시작했다.

KB국민카드는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4월 미국 최대의 한인가맹점 대상 신용카드 매입사인 ‘UMS(United Merchant Services, Inc.)’와 합작법인 설립 및 공동 사업 추진 등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하나카드는 중국 위챗페이와 제휴해 일본 카드 전표매입에 나선다. 다음달부터 하나카드는 일본 내 위챗페이 결제내역에 대한 일부 프로세싱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위챗페이 결제 프로그램을 탑재하지 않은 가맹점에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영업도 병행한다. 위쳇페이는 중국 텐센트의 모바일 결제회사로 현재 8억명 이상의 중국인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한국·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미얀마 만달레이와 바고에서 ‘투-투(TU-TU)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현지 법인명으로 내걸고 소액대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우리카드 미얀마 현지 법인이 지난해 12월에 영업을 시작해 아직까지는 사업 초기 단계다.

BC카드도 지난해 인도네시아 만디리은행과 합작법인인 ‘미뜨라 뜨란작시 인도네시아(MTI)’를 설립했다. 올해부터 신용카드 가맹점 거래 승인·정산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제 막 해외진출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당장 가시적 성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카드업계를 둘러싼 난관을 돌파할 근본적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수수료 인하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며 “우선은 시장반응을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